[현장에서] 검찰의 시간 3년6개월, 삼성수사 이젠 결론내야할 때

중앙일보

입력 2020.07.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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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12월 삼성바이오 인천 송도공장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수사가 검찰의 최종 처분만 남았다. ‘7말 8초’(7월 말~8월 초)에 검사장 인사, 이어 중간간부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에 해당 수사팀을 유지하기도 더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재용 본인 조사만 이미 10차례
삼성 임직원도 400회 넘게 소환
수사심의위 불기소 권고 한달째
검찰, 최종처분 더 미루지 말아야

2년 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초 고발 내용과 비교하면 이번 수사는 결이 많이 달라졌다.

2018년 11월 당시 김용범(현 기획재정부 1차관) 증선위원장은 “2015년 삼성바이오의 회계기준 변경은 기업 가치를 부풀리기 위한 고의적인 분식”이라며 검찰에 고발했고,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분식회계가 아닌 ‘경영승계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했다.

올 6월에는 “2015년 6월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두 회사의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혐의(자본시장법 위반)를 추가해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8시간30분간의 영장심사 끝에 이를 기각했다. 지금까지 증선위의 본래 고발 목적인 분식회계 혐의를 놓고 ‘검찰이 누구를 기소했다’는 소식은 없다.

사실 3년 전 박영수 특검팀은 국정농단 사건 공소장에 이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및 투자유치는 승계작업과 관련한 현안”이라고 적시했다. 그러나 1, 2심 법원은 삼성바이오와 관련한 특검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던 대법원 전원합의체 역시 승계에 대한 개별 현안에 대해선 특정하지 않았다.

2017년 1월 특검의 첫 소환조사 이후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까지 총 10차례 조사를 받았다. 100명 넘는 삼성 임직원이 400차례 넘게 소환조사를 받았다. 올해 들어 삼성 사내 인트라넷 자유게시판에는 “검찰이 이 부회장 수사를 이제 그만 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고 한다. 총수 수사가 3년6개월째 이어지면서 임직원들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면서 삼성은 상당한 속앓이를 했다. 삼성의 마지막 대형 M&A는 2016년 11월 미국의 음향·전장업체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원)를 들여 인수했을 때다.

그 다음 달 특검팀이 출범했고, 해가 넘어가자 이 부회장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됐다. 하만 이후 3년 넘게 지났지만, 삼성에서 1조원이 넘는 M&A는 없다. 이필상 전 고려대 총장은 “법적 책임을 묻는 것과 별개로 수사와 재판을 오래 끄는 것은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도체 초격차’의 주역인 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은 최근 사내 인터뷰에서 “어려울 때일수록 제일 중요한 건 강력한 리더십이다. 일본은 ‘100% 경영전문인 시스템’이라 빠른 결정을 못했다”고 말했다.

대검의 마지막 중수부장을 지낸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은 이런 말을 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라는 제도가 법률가 입장에서 보면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 개선이 필요한 제도이긴 하나 일단 내려진 권고에 대해선 검찰도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겠나.”

2013년 4월 대검 중수부가 폐지되고 7년이 넘었지만 검찰 특수부가 움직일 때마다 기업들이 ‘과잉 수사’ 트라우마를 떠올리는 것이 현실이다. 이 부회장 사건은 지난달 26일 검찰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받은 이후 한 달이 지났다. ‘검찰의 시간’이 충분했던 만큼 이젠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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