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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반대단체 "한수원, 회의록 조작"…한수원 "요약일 뿐"

중앙일보

입력

한국수력원자력이 월성 원자력발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2018년 6월)을 내리면서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했다는 주장이 30일 나왔다. 또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미 사장직 공모(2018년 3월) 때 낸 직무계획서에 '연내 조기 폐쇄 결정' 등을 적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탈원전 반대 단체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 조작"

30일 원자력 살리기 국민행동 등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한수원이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남준 기자

30일 원자력 살리기 국민행동 등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한수원이 이사회 회의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김남준 기자

원자력 살리기 국민 행동 등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한수원이 2018년 6월 15일 긴급이사회 회의록 내용을 일부 축소하거나 발언 순서를 변경했다"며 편집 의혹을 제기했다.

이 단체가 당시 이사회 회의록이 조작됐다고 주장한 근거는 한 공익제보자로부터 받은 이사회 녹음파일이다. 해당 녹취록과 한수원 회의록을 비교해보니, 월성 1호기 경제성 문제를 제기한 이사의 발언은 삭제·축소하고, 진행 순서를 뒤바꿨다는 것이다. 또 표결 종료 후 발언은 회의록에 반영되고, 사전 공모 느낌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삭제 및 편집했다는 의혹이다.

본지가 녹취록과 회의록을 대조한 결과, 일부 위원의 발언이 축소되거나 순서가 바뀐 부분이 있었다. "대북관계는 회의 논점이 아니니 한수원 공기업 경영 문제를 논의해 달라"는 이사의 발언은 빠졌고, 안건 의결이 끝난 후 월성 1호기가 적자상태인지를 물은 내용은 회의 중간에 발언한 것처럼 삽입됐다.

탈원전 시민 단체는 "조작된 이사회 회의록이 2018년과 2019년 국정감사 증거자료로 제출됐고 현재 감사원에서도 변조된 자료가 제출됐다"며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자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녹음파일을 제보한 공익제보자는 회의록 조작 등을 문제 삼아 정재훈 한수원 사장과 전휘수 한수원 기술부사장을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다.

한수원 "발언 요약 정리한 것 조작 아냐" 

한수원이 만든 회의록에서는 빠진 이사회 의장 발언.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한수원이 만든 회의록에서는 빠진 이사회 의장 발언.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의사록은 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그대로 담는 것이 아니라 주요사항을 요약정리하는 것"이라며 "전체 발언 요지는 그대로 담겼기 때문에 조작된 회의록을 제출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발언 순서가 바뀐 것은 "해당 질문을 안건 의결이 끝난 다음에 한 것은 맞지만, 발언을 회의록에 포함해 달라고 동의를 구한 후 회의록 중간에 삽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에 관한 질의응답은 안건 의결이 끝난 후 이뤄졌지만 이사의 요구로 회의록 중간에 삽입됐다. 탈원전 반대 시민 단체

월성 1호기 경제성에 관한 질의응답은 안건 의결이 끝난 후 이뤄졌지만 이사의 요구로 회의록 중간에 삽입됐다. 탈원전 반대 시민 단체

"연내에 조기폐쇄 의사결정"…직무계획서도 논란

한편 한수원 정재훈 사장이 2018년 3월 작성했다는 기관장 직무계획서도 논란이다. 권명호 미래통합당 의원실은 직무계획서에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는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정해진 처리 방향을 바탕으로 연내에 한수원 차원 의사 결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내용이 담겼다고 밝혔다. 탈원전 단체는 이에 대해 "한수원 사장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모의한 게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정부 정책에 입각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세종= 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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