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5만명 넘은 美 코로나 사망자…"너무 거대한 우파 매체 탓"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5월 미국 워싱턴기념탑 주변에는 코로나19 희생자를 기리는 조기가 걸렸다. 이후에도 사망자는 급증해 지난 29일(현지시간) 15만 명을 넘어섰다. [EPA=연합뉴스]

지난 5월 미국 워싱턴기념탑 주변에는 코로나19 희생자를 기리는 조기가 걸렸다. 이후에도 사망자는 급증해 지난 29일(현지시간) 15만 명을 넘어섰다. [EPA=연합뉴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결국 15만 명을 넘었다.
지난 2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리타카운티에서 처음 사망자가 나온 지 174일 만이다
존스홉킨스대학이 29일 오후(현지시간) 집계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15만34명.
로이터와 CNN 등 미국 언론들은 현지시간 29일 이 소식을 전하며 모든 나라 중에 가장 많은 숫자인 동시에 전 세계 희생자의 4분의 1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첫 사망자 발생 후 5개월 여 만 #전 세계 사망자의 4분의 1 정도 차지 #NYT "크고 강한 친트럼프 매체들 영향"

문제는 지난 6월 초 이후 사망자 수 증가 속도가 가장 빨라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말 미국 내 확진자 수가 다시 폭등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걱정할 것 없다'는 입장이었다.
검사를 많이 해 확진자가 많이 나올 뿐 사망자 수는 안정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4, 5주 뒤 사망자 수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 경고가 지금 현실화 되고 있는 셈이다.

열흘 전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주장을 폈다. 19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확진자 수가 증가한 것은 검사 규모가 늘어난 탓"이라며 "우리가 전 세계에서 치명률이 가장 낮은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의 인구 대비 사망자수는 1만 명당 4.5명. 영국·스페인·이탈리아·페루·칠레에 이어 여섯번 째다.

NYT 등, 미국의 특이한 매체 환경 지적

친트럼프 방송사인 싱클레어는 음모론을 펴는 주디 미코비츠 박사와 인터뷰를 해 논란이 됐다. 미코비츠 박사는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NYT]

친트럼프 방송사인 싱클레어는 음모론을 펴는 주디 미코비츠 박사와 인터뷰를 해 논란이 됐다. 미코비츠 박사는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NYT]

전 세계적으로 왜 미국이 유독 큰 타격을 받았는지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그, 이유 중 하나로 '특이한 미디어 환경'을 지목했다.
선진국 가운데 미국처럼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 친트럼프 성향의 우파 미디어가 거대한 곳이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싱클레어 브로드캐스팅 그룹(SBG)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꾸준히 음모론을 주장해 온 주디 미코비츠 박사와 인터뷰를 했다.
'백신 무용론자'이기도 한 미코비츠 박사는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앤서니 파우치 소장이 원숭이 세포를 이용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SBG는 전국 200곳에 방송국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친 트럼프 성향의 매체다. 문제가 제기되면서 방송은 보류됐지만 과연 인터뷰를 해야 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진행 중이다.

폭스뉴스 역시 과학자들이 거짓이라고 판단한 내용을 계속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청자들에게 코로나19의 심각성을 희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NYT는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에선 싱클레어나 폭스뉴스 같은 매체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지도자들보다 코로나19에 느리게, 그리고 덜 일관되게 대응하는 것도 이런 매체 환경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런 매체들의 낙관적인 보도 때문에 미국이 너무 일찍 경제를 재개하게 됐다고도 비판했다.

블룸버그 역시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문가 조언보다는 폭스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대통령이 가짜 약(snake oil)을 선호한다"고 보도했다.

이런 우파 미디어들은 지난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를 당선시킨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렇다면 이번 11월 대선에서는 어떨까.

일단 WP는 "(이런 보도가) 대통령이 계속 성공하고 있다는 생각을 품게 해줄지 모르지만 재선에 대한 희망은 파괴되고 있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필규 특파원 phil9@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