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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중학교 시험 등장한 한국판 뉴딜…학부모들 "노골적 文미화"

중앙일보

입력

“재정지출은 실업이 줄고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

경기 김포 A중학교, 28일 3학년 사회 교과 시험 #문 대통령 '한국형 뉴딜'사업 발표 보도 제시 #재정 지출은 "실업 줄고 고용 안정 정책" #학부모 "정부 정책 일방적 홍보 느낌든다" #학교측 "교과서 속 대통령 역할 등 물었을 뿐"

 경기 김포의 한 중학교가 정부 재정지출과 관련해 이와 같은 설명을 정답으로 인정하는 시험 문제를 내 정책 미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학부모가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것 같다"고 지적하자 학교 측은 "교과서 내용을 소개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경기 김포의 한 중학교가 출제한 사회과목 시험지. [사진 독자제공]

경기 김포의 한 중학교가 출제한 사회과목 시험지. [사진 독자제공]

 경기 김포시에 있는 A중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는 지난 28일 치른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 사회 교과 시험 문제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판 뉴딜’ 사업 발표 내용이 담긴 언론 보도내용을 지문으로 제시하고 문제를 냈다. 지문은 ‘문 대통령, 데이터 댐 등 한국판 뉴딜 10대 사업 발표’란 제목의 기사이다. 기사와 함께 문 대통령의 발표 장면 사진도 등장한다.

 기사의 주요 내용은 “문 대통령은 ‘불평등 해소와 포용 사회로의 전환은 대한민국 대전환의 전제조건’이라며 ‘한국판 뉴딜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위기는 곧 불평등 심화라는 공식을 깨겠다’고 강조했다. (중간 생략) 문 대통령은 ‘재정지출을 확대하고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겠다. 정부가 앞장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겠다’며 ‘우리 정부 임기 안에 국민들께서 눈으로 변화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등이다.

 이 지문과 관련된 출제 문항은 7번과 8번이다. 7번 문항은 ‘위에서 나타나는 대통령의 역할은?(3점)’이고, 학교 측이 제시한 정답은 5지 선다형에서 ⑤번으로 ‘공익 실현과 국민 행복을 위해 행정부를 지휘·감독한다’였다. 나머지 예시 답변으로는 ‘계엄을 선포한다’, ‘헌법 기관을 구성한다’, ‘예산안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외국과의 조약을 체결하고 외교 사절을 맞이한다’ 등이 나온다.

 이어 8번 문항은 ‘(지문 내용 중) 밑줄 친 재정지출에 대해 가장 적절하게 이해한 학생은?(4점)’이고, 학교 측이 제시한 정답은 ④번 ‘실업이 줄고 고용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이지’이다. 나머지 예시 답변은 ‘국가마다 자원의 보유 상태가 달라서 나타나’, ‘GDP(국내총생산)가 감소되어 우리 경제 규모가 작아지지’, ‘적극적인 재정지출은 물가 안정에 효과적이야’,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켜 공급량이 감소하게 되지’ 등이다.

 이에 대해 해당 학교 일부 학부모는 “정부 정책을 홍보하거나 문 대통령을 미화하는 느낌을 준다”며 “정답을 일방적으로 제시함에 따라 주입식 교육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중학생을 둔 또 다른 학부모는 “재정지출이란 용어의 의미와 파급효과·부작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중학생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는 학교 측에 항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학교는 “사회 교과서에 행정부 수반이나 국가 원수 등 대통령 역할을 소개하고 있다”며 “시험 문제는 교과서 내용에 따라 대통령의 역할을 질문한 것이고, 문제가 어려워지면 학생들이 당황해할 것 같아 현재 상황을 녹여낸다는 차원에서 최근 뉴스를 소개하며 출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또 “재정지출도 물가와 실업, 정부의 역할 등과 함께 교과서에 등장하는 용어”라며 “정부가 돈을 쓰니 투자와 소비를 위축시킬 리는 없는 것이고, 현재 상황에 맞게 현직 대통령 사진과 관련 내용을 주로 쓰기 마련”이라고 했다.

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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