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만에 임대차법 뚝딱···정의당도 "본회의가 與 의총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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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민주주의를 외치셨습니까!”(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

“다수당일 때만 의정활동 하십니까! 이런 민주주의가 어디 있어요!”(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을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부동산 관련 법안 심의가 진행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이 윤호중 법사위원장에게 항의하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김용민 의원이 조 의원을 제지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 법사위에서는 때아닌 민주주의 논쟁이 붙었다. 윤 위원장이 자당(自黨)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6건을 병합한 법안을 상정해 의결하려 하자 이를 저지하려는 통합당 의원들이 반발하면서다. 통합당은 “먼저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애당초 소위 구성에 합의하지 않은 건 통합당”이라고 주장하며 법안 상정을 밀어붙였다.

▶김도읍 통합당 의원=“민주당의 독단적 행태에 들러리를 서라는 거냐.”
▶윤 위원장=“토론을 거부한 건 야당 위원들인데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뒤집어씌울 수 있느냐.”
▶김 의원=“먼저 소위를 구성해서….”
▶윤 위원장=“아 글쎄, 소위 구성을 합의해 달라.”
▶김 의원=“그러면 잠시 정회해달라.”
▶윤 위원장=“정회는 못 한다.”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도읍 미래통합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소속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후 윤 위원장은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가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대안을 민주당 의원들만의 찬성으로 상정했다. ▶계약 갱신 시 임대료 상승 폭을 직전 임대료의 5% 이내로 제한하고 ▶세입자가 기존 2년 계약 종료 뒤 한 차례 계약을 2년간 연장하도록 하는, 이른바 ‘2+2년, 5% 이내’가 골자다. 통합당 의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자 양측의 언성이 높아졌다.

▶윤 위원장=“토론도 없이 이렇게 나가는 게 과연 민주주의냐!”
▶김 의원=“토론하고 표결 강행할 거 아니냐!”
▶윤 위원장=“언제 강행한다고 했나.”
▶김 의원=“안 할 거냐.”
▶윤 위원장=“안 한다고 이야기한 적도 없다.”
▶김 의원=“찬반토론하고 나면 어떻게 할 거냐.”
▶윤 위원장=“그러면 의결에 들어가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상정과 관련해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미래통합당 조수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안 상정과 관련해 거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 의원을 비롯한 통합당 의원들이 “다수당이 독단적으로 할 건데, 우리더러 그 토론을 하라는 것이냐”고 항의하자 윤 위원장은 “소수당도 책임이 있다”고 맞받았다. “소위 심사는 의무 절차가 아니다. 소수당이 반대표결을 하는 게 들러리냐”면서다.

법안 상정을 막지 못한 통합당 의원들은 줄줄이 회의장을 나갔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법사위 고유법이라지만 국토교통부 소관 법률이기 때문에 소위에서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던 게 관례였다. 정확한 시뮬레이션도 없이 청와대에서 하명한다고 해서 이렇게 밀어붙인다”(김 의원) “그렇게 급한 법이라면 여당이 좀 손해를 보더라도 소위를 만들어주는 게 여당의 도리가 아니겠냐”(장제원 의원)는 말만 남겼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안건 상정을 반대하며 퇴장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뉴스1]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안건 상정을 반대하며 퇴장한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 있다. [뉴스1]

윤 위원장은 “소위가 구성될 때까지 법안을 잡고 있을 수 없다. 빨리 이 법을 통과시켜서 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이에 윤한홍 통합당 의원은 “부동산이란 어려운 분야를 몇 사람이 생각한 안이 있다고 해서 국회 절차도 무시하며 이렇게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주당만 남은 회의장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과 몇 차례 문답이 오간 뒤 법안이 이의 없이 통과됐다. 법안 상정·심사·의결까지 단 2시간이면 충분했다. 이 법안이 30일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정부가 공포한 날부터 즉시 시행되고, 이후 최초로 체결·갱신하는 계약부터 적용된다.

이날은 정의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민주당발 법안 처리를 위해 상임위를 당·정협의회로, 본회의를 민주당 의원총회로 만드는 행태는 민주주의를 벗어난 것”이라고 논평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도 “우리 당 심상정 의원이 별도의 임대차 법안을 제안하였음에도 법사위에서 병합심사하지 않는 건 절차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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