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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명 모은 돈 8억 상조회사에 떼여도···손 못쓰는 공정위,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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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 홍정석 할부거래과장이 지난 4월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조회사 인수·합병에 따른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사 실시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 홍정석 할부거래과장이 지난 4월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상조회사 인수·합병에 따른 소비자 피해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사 실시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2월 서울시가 적발한 아산상조 고객 예치금 무단 인출 사건 피해자가 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금액은 8억원 상당이다. 고령의 고객이 평생 한두 푼 모은 돈이지만, 보상받을 길은 민사소송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비자 피해 발생 전까지 감독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손을 쓰지 못했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소비자 피해 예방 대책을 검토 중이다.

공정위는 28일 최근 소비자 피해 보상 보험 계약을 해지한 아산상조의 등록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아산상조는 지난해 1월부터 소비자의 해약신청서류를 위조해 고객 예치금을 보관 중인 은행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고객 돈을 무단으로 인출했다. 고객은 본인의 계약이 해지되었는지 모른 채 속수무책으로 납입한 돈을 잃게 됐다.

현행 제도상 피해자가 예치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민사소송을 통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조회사가 폐업하고, 경영진이 잠적하면 소송으로 돈을 찾기도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공정위도 지난달 말부터 시중은행권과 함께 상조 서비스 가입자 피해를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을 논의 중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상조회사가 예치은행에 해약신청서류를 제출하면, 은행이 고객에게 계약 해지 사실을 문자로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고령인 고객의 경우 문자 확인에 미숙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상조회사가 예치금을 보관하는 은행과 고객이 상조회사에 가입비를 납입하는 계좌를 같은 은행 계좌로 묶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렇게 되면 상조회사가 은행에 허위 해약신청서류를 제출하고 예치금을 찾아가려 할 경우, 은행이 예치금 반환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예치금 반환 사실 없이 이를 찾아가려 하면 제동을 걸 수 있는 장치가 생기는 셈이다. 현행 법규상 상조회사는 예치금 인출 전에 해약한 고객에게 미리 예치금을 돌려주게 돼 있다.

홍정석 공정위 할부거래과장은 "아산상조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서울시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며 "예치금 무단 인출 등 위법 행위를 점검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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