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24일째 코로나 0명 비결은, 권영진 "시민 모두 방역 요원, 최강 백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권영진 대구시장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린 ‘히어로즈 나잇(Heroes night)' 행사에 참석해 의료진에게 절을 하고 있다. 뉴시스

권영진 대구시장이 25일 오후 서울 상암동 JTBC 사옥에서 열린 ‘히어로즈 나잇(Heroes night)' 행사에 참석해 의료진에게 절을 하고 있다. 뉴시스

대구광역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24일째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 741명이 발생하던 때와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대구에는 지금까지 693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중 지역 발생이 6881명, 해외 유입이 58명이다. 191명이 숨졌다. 현재 격리 중인 환자가 16명(전국 971명)에 불과하다. 이들도 모두 해외에서 걸려서 입국한 사람들이다. 이달 3일 연기학원 발(發) 감염이 확산하면서 14명의 확진자가 나온 게 지역 발생 마지막이다.

의료진에게 큰절 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 #"아프면 3~4일 쉬라지만 대구는 코로나 검사부터 받는다. 매주 시민대책위 200명 영상회의" #

 대구에서 지역 발생 0명이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 권영진 대구시장은 2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방역 요원이자 방역 주체이다.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는 것 같다"며 "대구에는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 없다. 대구 시민이 최강 백신"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중앙정부가 권고한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보다 더 강한 지침을 권고한다. 중앙정부는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30초 손 씻고 기침은 옷소매에 등을 권고한다. 대구는 이를 변형해 아프면 즉각 코로나 검사받기, 생활 속에서 마스크 착용하기 등의 7대 수칙을 시행한다.

 이와 함께 시민이 참여하는 상시감역체계를 가동한다. 4월 말 200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매주 200명 이상이 영상회의에 참여해 코로나 상황을 점검하고 방역 대책을 공유하고 전파한다.

 권 시장은 25일 중앙그룹이 주최한 '땡큐 히어로즈 나잇' 행사 인사를 마치면서 갑자기 수상자 의사 100명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는 "오늘 제가 큰절 하러 대구에서 올라왔다"면서. 다음은 권 시장과 일문일답.

전국에서 환자가 나오는데, 대구는 조용하다
대구는 청정도시라고 할 정도로 22일째(27일 기준 24일째) 지역 발생 환자가 없다. 대구 시민이 혹독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거리 두기 등을 잘 지킨다. 장사가 안되고 어려움이 많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는 조금만 방심해도 급속히 확산하고 수많은 의료인이 밤낮 안 가리고 고생해야 한다. 
의료인이 갈수록 지쳐가는데
국민이 박수 보내고 응원하는 게 중요하다. 겪어보니 의료인의 고마움을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된다. 의료진에게 제가 골백번 절을 해도 그분들이 베푼 고마움의 100분의 1, 1000분의 1도 못 갚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대구 경제는 어떤가
실업률이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지방경제가 초토화됐다. 지방 경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으로 짜여 있다. 대기업은 어떡하든 이겨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수출시장 막히고 내수 끊겨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지방경제 중에서도 대구는 혹독한 시기를 먼저 오래 겪었다. 우리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지방이 가진 힘만으로 버거운 상황이다.  
중앙정부가 뭘 해줘야 하나
특별재난지역 선포돼 3, 4월 대구에 5000억원 현금이 지원됐다. 그게 이미 고갈됐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지금부터 본격화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만큼 정부가 대구에 좀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도 돈이 없긴 마찬가진데
국가 부채 논쟁이 어쩌면 한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세금을 더 걷을 수 없는 상황인데, 지금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기업과 국민이 견디게 해줘야 한다. 다음에 회복해 국채를 갚으면 된다.     
미래통합당에서 부채 증가에 제동을 거는데(권 시장은 미래통합당 소속이다)
우리 당이 부채 때문에 확장 재정을 막아선 안 된다. 물론 야당이기 때문에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경종을 울려야 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경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국채 발행을 원천적으로 막는 건 안 된다고 당에 말하고 있다.
감염병 관리체계를 개편하면서 지방에 질병대응센터를 만든다는데
감염병도 그렇고 재난 대응은 중앙정부가 지방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방 역량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질병 관련 매뉴얼을 중앙에서 다 통제한다. 이러다 보면 지방에서 대응하는 데 오래 걸린다. 지방에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 감염병 대응도, 매뉴얼도 지방마다 특색이 있어서 달라야 한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권역별로 3곳을 만든다는데 턱도 없다. 광역시 단위로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게 신종 감염병이 계속 나올 것이다. 미리 대응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이번에 대구가 초기에 겪은 그런 혼란을 다 겪게 될 것이다. 
대구 동산병원이 전담병원을 종료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는데  
감염병 전담병원 손실도 문제지만 그 후도 문제다. 전담병원 됐다는 이유로 일반병원으로 전원하고 나서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정부가 지원할 때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대구에는 대학병원이 5개나 된다. 그런데도 2, 3월에 소용돌이쳤다
맞다. 대구 동산병원을 통째로 비워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900실 정도 만들었다. 대학병원들도 병동 하나를 비워서 전담으로 전환했다. 대구에서 절반 정도 환자를 소화했다.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만 다룰 순 없다. 일반 환자 케어가 잘 안 돼서 의료적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사실 대구 정도 되는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면 아마 더 어려울 것. 지방마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어느 정도 지방이 갖추게 해주고 나머지는 전국이 연대와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 만일 미국처럼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온다면 지금의 지방 역량으로는 사실 방어하기 어렵다. 지방의 대응 역량 수준과 시스템을 빨리 끌어오려야 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3월 말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273회 임시회 본회의를 마치고 퇴장하던 중 이진련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타를 듣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권영진 대구시장이 지난 3월 말 대구시의회에서 열린 273회 임시회 본회의를 마치고 퇴장하던 중 이진련 시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질타를 듣다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쓰러지고 있다. 연합뉴스

쓰러진 적이 있는데 건강은 어떤가  
35일째 되는 날 쓰러졌다. 5월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앰뷸런스 소리에 잠이 깼다. 그 환청에 시달렸다. 깊은 잠을 못 잤다. 쓰러진 후 직원들이 사무실 침대를 없애서 집으로 갔다. 지금도 새벽에 계속 깨고 깊은 잠은 못 잔다. 187명(대구 집계 방식) 돌아가신 분들, 사망자를 생각하면 더욱 견디기 힘들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