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에서 코로나19 환자가 24일째 발생하지 않고 있다. 하루에 741명이 발생하던 때와 비교하면 커다란 변화다. 27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대구에는 지금까지 6939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중 지역 발생이 6881명, 해외 유입이 58명이다. 191명이 숨졌다. 현재 격리 중인 환자가 16명(전국 971명)에 불과하다. 이들도 모두 해외에서 걸려서 입국한 사람들이다. 이달 3일 연기학원 발(發) 감염이 확산하면서 14명의 확진자가 나온 게 지역 발생 마지막이다.
의료진에게 큰절 권영진 대구시장 인터뷰 #"아프면 3~4일 쉬라지만 대구는 코로나 검사부터 받는다. 매주 시민대책위 200명 영상회의" #
대구에서 지역 발생 0명이 이어지는 이유가 뭘까. 권영진 대구시장은 25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방역 요원이자 방역 주체이다. 경험만큼 훌륭한 스승은 없는 것 같다"며 "대구에는 마스크 안 쓰는 사람이 없다. 대구 시민이 최강 백신"이라고 말했다.
대구는 중앙정부가 권고한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보다 더 강한 지침을 권고한다. 중앙정부는 ▶아프면 3~4일 집에 머물기▶두 팔 간격 건강 거리 두기▶30초 손 씻고 기침은 옷소매에 등을 권고한다. 대구는 이를 변형해 아프면 즉각 코로나 검사받기, 생활 속에서 마스크 착용하기 등의 7대 수칙을 시행한다.
이와 함께 시민이 참여하는 상시감역체계를 가동한다. 4월 말 200명의 민간위원이 참여하는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한다. 매주 200명 이상이 영상회의에 참여해 코로나 상황을 점검하고 방역 대책을 공유하고 전파한다.
권 시장은 25일 중앙그룹이 주최한 '땡큐 히어로즈 나잇' 행사 인사를 마치면서 갑자기 수상자 의사 100명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는 "오늘 제가 큰절 하러 대구에서 올라왔다"면서. 다음은 권 시장과 일문일답.
- 전국에서 환자가 나오는데, 대구는 조용하다
- 대구는 청정도시라고 할 정도로 22일째(27일 기준 24일째) 지역 발생 환자가 없다. 대구 시민이 혹독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 손 씻기, 거리 두기 등을 잘 지킨다. 장사가 안되고 어려움이 많지만,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서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는 조금만 방심해도 급속히 확산하고 수많은 의료인이 밤낮 안 가리고 고생해야 한다.
- 의료인이 갈수록 지쳐가는데
- 국민이 박수 보내고 응원하는 게 중요하다. 겪어보니 의료인의 고마움을 가슴속 깊이 새기게 된다. 의료진에게 제가 골백번 절을 해도 그분들이 베푼 고마움의 100분의 1, 1000분의 1도 못 갚는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사를 드린다.
- 대구 경제는 어떤가
- 실업률이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한다. 지방경제가 초토화됐다. 지방 경제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으로 짜여 있다. 대기업은 어떡하든 이겨낼 수 있지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수출시장 막히고 내수 끊겨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 지방경제 중에서도 대구는 혹독한 시기를 먼저 오래 겪었다. 우리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아직 지방이 가진 힘만으로 버거운 상황이다.
- 중앙정부가 뭘 해줘야 하나
- 특별재난지역 선포돼 3, 4월 대구에 5000억원 현금이 지원됐다. 그게 이미 고갈됐다.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은 지금부터 본격화된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만큼 정부가 대구에 좀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 다른 지방도 마찬가지다.
- 중앙정부도 돈이 없긴 마찬가진데
- 국가 부채 논쟁이 어쩌면 한가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세금을 더 걷을 수 없는 상황인데, 지금은 국채를 발행해서라도 기업과 국민이 견디게 해줘야 한다. 다음에 회복해 국채를 갚으면 된다.
- 미래통합당에서 부채 증가에 제동을 거는데(권 시장은 미래통합당 소속이다)
- 우리 당이 부채 때문에 확장 재정을 막아선 안 된다. 물론 야당이기 때문에 재정이 효율적으로 쓰이는지 경종을 울려야 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경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국채 발행을 원천적으로 막는 건 안 된다고 당에 말하고 있다.
- 감염병 관리체계를 개편하면서 지방에 질병대응센터를 만든다는데
- 감염병도 그렇고 재난 대응은 중앙정부가 지방기구를 만든다고 해서 모두 해결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지방 역량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다. 질병 관련 매뉴얼을 중앙에서 다 통제한다. 이러다 보면 지방에서 대응하는 데 오래 걸린다. 지방에 권한을 많이 줘야 한다. 감염병 대응도, 매뉴얼도 지방마다 특색이 있어서 달라야 한다.
- 감염병 전문병원은 어떻게 해야 하나
- 권역별로 3곳을 만든다는데 턱도 없다. 광역시 단위로 하나씩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코로나19 같은 게 신종 감염병이 계속 나올 것이다. 미리 대응태세를 갖추지 않으면 이번에 대구가 초기에 겪은 그런 혼란을 다 겪게 될 것이다.
- 대구 동산병원이 전담병원을 종료하고 어려움을 겪는다는데
- 감염병 전담병원 손실도 문제지만 그 후도 문제다. 전담병원 됐다는 이유로 일반병원으로 전원하고 나서도 회복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정부가 지원할 때 그런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 대구에는 대학병원이 5개나 된다. 그런데도 2, 3월에 소용돌이쳤다
- 맞다. 대구 동산병원을 통째로 비워서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면서 900실 정도 만들었다. 대학병원들도 병동 하나를 비워서 전담으로 전환했다. 대구에서 절반 정도 환자를 소화했다. 병원들이 코로나 환자만 다룰 순 없다. 일반 환자 케어가 잘 안 돼서 의료적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사실 대구 정도 되는 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어도 어려웠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면 아마 더 어려울 것. 지방마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순 없다. 어느 정도 지방이 갖추게 해주고 나머지는 전국이 연대와 협력으로 풀어야 한다. 만일 미국처럼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온다면 지금의 지방 역량으로는 사실 방어하기 어렵다. 지방의 대응 역량 수준과 시스템을 빨리 끌어오려야 한다.
- 쓰러진 적이 있는데 건강은 어떤가
- 35일째 되는 날 쓰러졌다. 5월에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앰뷸런스 소리에 잠이 깼다. 그 환청에 시달렸다. 깊은 잠을 못 잤다. 쓰러진 후 직원들이 사무실 침대를 없애서 집으로 갔다. 지금도 새벽에 계속 깨고 깊은 잠은 못 잔다. 187명(대구 집계 방식) 돌아가신 분들, 사망자를 생각하면 더욱 견디기 힘들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