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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서 수십년 강제노역"…국군포로 생존자들, UN에 첫 진정

중앙일보

입력

27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 주최로 열린 '국군포로와 북한 통치자의 책임' 세미나에서 국군포로 생존자 및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환기정의워킹그룹]

27일 오전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미래통합당 이명수 의원 주최로 열린 '국군포로와 북한 통치자의 책임' 세미나에서 국군포로 생존자 및 가족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북한에서 탈북해 고국으로 돌아온 국군포로 생존자들이 UN에 북한 당국의 인권범죄를 고발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진정을 제출했다. 27일 정전협정 체결 67주년을 맞아서다. 국군포로 생존자가 유엔에 진정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은 상대 국내 법원 소송도 고려"

국내 인권기록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에 따르면 6.25국군포로가족회는 이날 국군포로 생존자 이선우(90), 김성태(88)씨 명의로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과 노예문제 특별보고관, 고문문제 특별보고관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망한 국군포로 고(故) 정진근 씨도 자녀의 동의를 받아 진정서에 이름을 올렸다.

진정서에는 6.25 전쟁 이후 북한에 포로로 붙잡혀 강제노역했던 상황이 상세히 기술됐다. 이선우씨는 강원도 금화지구 전투에서 탱크 안에 폭탄이 떨어져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중공군의 포로가 됐다. 이후 함경북도 온성군 상하 탄광에서 62세까지 강제노동을 하다 2006년 77세가 돼서야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탈출할 수 있었다.

김성태 씨도 1950년 6월 28일 경기도 양주 덕정리 산꼭대기에서 중대장을 업고 내려오다 북한군의 포로가 됐다. 이후 포로수용소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붙잡힌 뒤 62세까지 형무소에서 항만건설 및 벽돌생산, 탄광노역에 시달리다 2001년 중국을 통해 탈출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 납치된 피해자 가족들이나 한국군 포로 후손들이 유엔에 진정서를 제출한 적은 있지만, 국군포로 생존자가 직접 유엔에 진정을 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희석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법률분석관은 “북한의 국군포로 억류, 강제노동과 고문 자행은 정전협정 위반이자 국제인권법의 중대한 침해”라며 “국군포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북한 정부와 김정은을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지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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