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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폐지론·지방이전론에 학생들 “우리를 왜 적폐로 모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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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방에서 넉넉지 못하게 살다가 ‘언수외’(언어·수리·외국어) 4등급이었던 걸 독학으로 수능 때 1등급을 만들어 서울대에 입학했는데, 내가 왜 학벌 만능주의와 서울 집값 상승의 주범인 적폐가 된 거냐?”

26일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이공계 대학원생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내가 왜 적폐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행정수도 이전 논란 와중에 여권을 중심으로 ‘서울대 지방 이전’ ‘서울대 폐지론’이 나오자 서울대생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대가 집값 상승의 주범과 학벌 서열주의의 원인으로 지목된 데 대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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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성자는 “돈 많고 권력이 있어서 학창 시절에 열심히 공부한 게 아니다.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잘살아 보려고 노력한 결과일 뿐”이라고 했다. 한 학생은 “편협하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표팔이에 이용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대한민국을 위해 이바지하고 싶었지만 그들 눈에 난 미래의 적폐다”고 했다.

서울대생들의 분노는 여권을 향한 비판으로 번지고 있다. 일부 학생은 서울대 폐지 등을 거론하는 국회의원들을 겨냥해 “본인은 정작 서울대 법대를 나오지 않았느냐”는 글을 남겼다. “70·80년대 학번들이 혜택은 다 누리고 우리는 적폐취급을 당한다” “서울대는 세계 최초 정권 맞춤형 이동식 종합대학이 됐다”는 비난 글도 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서울대 지방 이전은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이야기인데, 세종으로 이전하면 서울대가 세종대가 되는 거냐”며 “서울대는 법인화를 했기 때문에 나라에서 한마디 한다고 이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학교 차원에선 지방 이전과 관련해 그 어떤 것도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검토할 계획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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