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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발 행정수도 개헌론, 야당 “재롱잔치하듯 쉽게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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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강연하며 서울에 대해 ‘천박한 도시’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연합뉴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지난 24일 세종시청에서 강연하며 서울에 대해 ‘천박한 도시’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한 비판이 일자 민주당은 ’안타까움을 표현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연합뉴스]

‘부동산 국면’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불쑥 제기한 행정수도 이전론을 두고 지난주 당 대표의 말과 원내대표의 말이 달랐다.

통합당 “부동산 잡자고 개헌하나” #여권 일각선 “권력구조까지 개편” #우원식은 개헌보다 특별법에 무게

“여야가 합의해서 ‘행정중심복합도시법’을 개정하는 입법 차원의 결단으로 얼마든지 행정수도 완성이 가능하다. 개헌이나 국민투표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21일 김태년 원내대표)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여전히 실효성을 갖고 살아 있어 헌재가 다시 결정하기 전에는 국회와 청와대 이전은 불가능하다. 개헌할 때 대한민국 수도를 세종시에 둔다는 문구를 넣으면 위헌 결정 문제가 해결된다.”(24일 이해찬 대표)

원내대표가 ‘개헌 없는 수도 이전’을 말했지만, 당 대표가 들고나온 ‘개헌 불가피론’은 당 안팎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초선 의원은 “이 대표가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고 되물었고, 한 당직자는 “개헌을 주장할수록 행정수도 이전은 더 멀어지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개헌 불가피론’을 권력구조 개편까지 포함한 ‘패키지 개헌론’으로 확대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앞으로 있을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내년까지가 개헌의 적기”(17일 제헌절 경축사)라는 박병석 국회의장의 발언과 맞물렸다.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이 대표와 김 원내대표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게 맞다”며 “이 대표의 생각은 ‘국회 세종의사당을 추진하면서 알아봤는데 개헌 없이 헌재의 결정례를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원식. [뉴시스]

우원식.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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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당 국회세종의사당추진특위 위원장을 맡은 이상민 의원은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입법으로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면 반대하는 측이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고,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국론 분열에 따른 사회적 갈등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27일 출범하는 당 ‘행정수도 완성 추진 TF(태스크포스)’ 단장인 우원식 의원은 “제일 좋은 건 (개헌보다) 여야가 합의해서 법안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야당에선 수도 이전론도 난데없었는데 개헌론으로까지 이어지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부동산 잡자고 개헌을 하자는 것이냐는 냉소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세금폭탄을 맞은 국민들이 급기야 ‘나라가 네 것이냐’고 묻고 있다. 뜬금없는 행정수도 이전으로 봉창 두드릴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은혜 대변인은 “이 대표가 당 내부를 향해 개헌 함구령을 내렸던 게 불과 석 달 전”이라며 “개헌을 재롱잔치 하듯 가볍게 얘기한다”고 질타했다.

입법이야 민주당의 힘만으로도 가능하지만 개헌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200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180여 석을 넘나드는 거여(巨與)만으론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해찬 대표가 24일 세종시에서 “서울 한강을 배 타고 지나가면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 그걸 쭉 설명해야 한다.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한 이후 정의당에서조차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대한 논의를 가로막을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김종철 선임대변인)이란 반발이 나오는 터다. 개헌도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더라도 부동산·경제 등으로 밀리고 있는 여권으로선 자신들이 끌고 갈 미래형 어젠다가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은 물론 2022년 3월 대선까지 말이다. 수도 이전을 위한 입법이든 개헌이든 파열음이 나든 발언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그래야 심판론을 희석할 수 있다고 여길 수 있다.

통합당은 여론 추이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가 들고나온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반대했다가 낭패를 본 트라우마 때문이다.

한영익·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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