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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거부는 택시본질 저해"…서울시 엄벌제재 손 들어준 法

중앙일보

입력

승차거부를 한 기사들이 소속된 택시회사에 대한 서울시의 제재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택시업체에 세워진 택시들의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함. [뉴스1]

승차거부를 한 기사들이 소속된 택시회사에 대한 서울시의 제재 처분이 적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 시내의 한 택시업체에 세워진 택시들의 모습으로 기사와 무관함. [뉴스1]

택시 승차거부로 속이 탔던 시민들이 환영할 만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2016년~2018년간 소속 택시기사 16명의 승차거부(총 18회)가 적발된 A택시회사에 서울시가 내린 운행차량 32대에 대한 60일의 운행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지난 16일 판단했다.

A회사는 서울시의 제재가 재량 범위를 넘어선 가혹한 처벌이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 제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승차거부는 택시의 본질적 기능을 저해하는 위법행위"라며 "승차거부 근절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승차거부에 대한 택시회사의 연대 책임도 엄격하게 물었다. 업계에 미칠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어떤 승차거부길래 

서울시가 적발한 A회사 소속 택시기사 16명의 승차거부 사례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독자들도 한번쯤은 겪어봤을 일들이다.

A회사 택시기사들의 승차거부 사례 모음

①승객을 태운 후 약 10m 운전한 뒤 반대편에서 타라며 하차 요구. 승객 승차 지점 150m 전방에서 유턴 가능했음.
②교대시간 핑계로 승객 태우지 않음. 하지만 승객 하차 후 택시 정상 운행.
③강남역에서 수서역까지 가자고 하니 승차 거부.
④승객이 돌아가도 된다고 했지만, 반대편에서 탔다며 하차 요구.
⑤목적지를 묻지도 않고 승차 거부.

택시 기사들은 서울시 단속원 등에 "몸이 아팠다""다른 승객을 태우려 했다""급하게 화장실에 가려고 했다""차량고장으로 회사에 복귀하려 했다""목적지가 승차거부 대상지역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상황 및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과 어긋나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가 택시 승차거부를 단속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중앙포토]

서울시 관계자가 택시 승차거부를 단속하는 모습.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중앙포토]

'과도한 제재'…택시회사의 반발

서울시는 승차거부 행위에 대해 택시발전법 및 관련 시행령을 근거로 A회사 32대 차량에 대한 60일 운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정부는 승차거부 택시 대수 2배에 대해 60일간 제재를 할 수 있다. 택시회사 입장에선 경영에 타격을 받을 정도의 엄벌이다.

A회사는 서울시에 소송을 제기했다. 승차거부 택시 대수 2배에 대한 제재를 내린 건 시행령의 재량 범위를 넘어서는 과도한 처벌이라 주장했다. 일부 승차거부 행위는 다툼의 여지가 있고, 회사가 승차거부에 대한 교육 등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여 처벌 대상이 아니라 반발했다. 승차거부 등 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해 승객에게 미치는 피해도 적다고 주장했다. 모두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주장이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승차거부 택시 대수의 2배로 택시회사를 가중 처벌하는 현 택시발전법 시행령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A회사 측에선 이 정도의 제재사항은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근거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시행령만으로 규정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8년전인 2012년 서울 강남역 인근도로에서 승차거부를 하던 택시들을 타려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은 위 기사와 상관 없음. 김도훈 기자

8년전인 2012년 서울 강남역 인근도로에서 승차거부를 하던 택시들을 타려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은 위 기사와 상관 없음. 김도훈 기자

법원은 또한 A회사가 기사들에게 승차거부 교육을 충분히 했다고 한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A회사가 기사들에게 승차거부 준수사항을 공고하고 개별적으로 서명하도록 한 사실, 몇차례 소속 기사들에게 승차거부 교육을 한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A회사가 교육 당시 사용한 승차거부 교육안을 법원에 제출하지 않았고, 법원에 제출한 승차거부 교육 사진도 촬영일이 언제인지 알 수 없는 내용이라 '충분한 교육 실시'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2016년~2018년 사이 A회사 소속 택시기사가 이번 제재에 근거가 된 18건의 과태료 이상 승차거부 처분 외에도 수십차례의 승차거부로 적발된 점을 문제 삼았다.

승차거부 삽화 [중앙일보]

승차거부 삽화 [중앙일보]

"택시회사 손실보다 얻는 공익 더 커" 

법원은 "서울시의 처분으로 A회사의 경제적 손실이 적다고 볼 수 없다"면서도 “이로 인해 (시민들이) 얻는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택시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승차거부의 근절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 본 것이다. A회사의 항소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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