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에도 없는데···제3인물 허위 발언 그대로 내보낸 KB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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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공모 의혹 보도 하루 만에 사과 방송을 한 19일 KBS 뉴스9. [방송 캡처]

“제3의 인물로부터의 청부 여론조작에 KBS가 이용당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된다”

KBS 직원 105명은 지난 23일 ‘제3의 인물’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흘려 KBS의 왜곡 보도를 초래한 것 아니냐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진상조사를 통해 해당 인물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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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KBS가 오보라고 공식 사과한 기사를 작성하는데 참고한 ‘제3의 인물’과 KBS 기자 간의 대화 녹취록을 입수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입수한 녹취록에 따르면 제3의 인물 A씨가 한 발언을 가져와 “한 검사장이 이 전 기자를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내용을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전 기자 대리인인 주진우 변호사가 공개한 녹취록 전문에 이 같은 대화 내용은 없었다.

또 A씨는 “3(월)말 4(월)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이 있다”고 말한 내용을 두고 KBS는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내용 역시 녹취록 전문에는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심지어 “(한 검사장의) 발언이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며 “정확하게 그 발언이 있는지는”이라며 반복해서 말했지만 KBS는 A씨의 발언을 충분한 검증 없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KBS 9시 뉴스는 지난 18일 “이모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제기하자고 공모했다는 정황이 확인됐다”는 보도를 한 바 있다. 이 전 기자가 한 검사장을 지난 2월 13일 부산고검에서 만나 대화한 녹취록을 취재했다고 밝히면서다. 하지만 이 전 기자가 "녹취록에 그런 대화 내용이 없다"며 원문을 공개했고 KBS는 하루 만에 오보를 인정하고 사과 방송을 했다.

한편 KBS 법조팀은 지난 23일 입장문을 내고 “기사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에 대해서 뼈 아프게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보도 과정에서 외부 인사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에 대해선 “누군가의 하명 또는 청부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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