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 “한동훈 수사 중단, 이동재 수사는 계속”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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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6호 06면

한동훈 검사장이 24일 오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이 24일 오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심의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대검찰청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재는 계속 수사, 한동훈은 수사중단. 이 전 채널A 기자와 한 검사장이 연루된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결론이다. 24일 오후 2시 대검찰청 15층 소회의실에서 시작한 수사심의위는 7시간만인 오후 9시경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공모해 수감 중인 이철 전 VIK대표에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다. 이날 심의위원의 표결 결과 지난 17일 구속된 이 전 기자의 경우 15명 중 12명이 수사 계속 의견을, 한 검사장은 15명 중 10명이 수사중단 의견을 밝혔다. 기소 여부에 대해선 이 전 기자는 9명이 공소제기 의견을, 한 검사장은 11명이 불기소 의견을 밝혔다.

‘채널A 강요미수 의혹’ 심의위 결론 #단독으로 부적절 취재 진행 판단 #추미애의 ‘검언유착’ 주장 뒤집어 #윤석열 최측근 겨냥한 수사팀 #“납득 못 해” 수용 안 할 가능성

이 전 기자에 대해선 수사 필요성이 인정됐다. 하지만 심의위원 다수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의 공모는 인정하지 않았다.

심의위원회의 결정은 강제력이 없는 권고적 결정이다. 하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채널A 수사팀(정진웅 부장검사)’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수사팀 입장에선 이 전 기자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검사장이 이번 수사의 핵심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 규정하고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지휘권까지 발동했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심의위원회 발표 30분이 지난 뒤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중단 및 불기소 의견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다. 한 검사장에 대한 1회 피의자 조사도 완료하지 못한 상황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심의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결과 발표 30분 만에 밝힌 것이다. 이 전 기자 측은 “아쉬운 점은 있지만 심의위원회 결정을 존중하고 향후 수사 및 재판에서 강요미수죄 성립 여부를 가리겠다. 검찰과 언론이 유착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 검사장은  “위원회의 현명한 결정에 감사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창수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은 이 날 심의위원회엔 중앙지검 형사1부 수사팀과 이 전 기자, 한 검사장 그리고 두 사람에게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한 이 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심의위원회 운영지침에 따라 약 30페이지 이내의 의견서를 심의위원에게 제출했다. 이후 각자 40분간 차례에 맞춰 의견을 제시하고 위원들과 질의응답을 했다. 입장을 밝힐 땐 회의실에 한팀씩 입장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듣지 못했다.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 사이의 공모 증거로 이 전 기자가 투자사기 혐의로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지난 2월 부산 고검에서 나눈 대화 녹취록을 제시했다. 이 전 기자는 이 전 대표에게 보낸 편지와 이후 이 전 대표의 대리인인 지모씨와의 만남에서 윤 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우며 수사 협조와 유 이사장의 비위를 요구했다. 녹취록에서 이 전 기자는 한 검사장에게 "유 이사장 의혹을 캐내려 이 전 대표를 취재하고 있다”고 했다. 한 검사장은 “그건 해볼 만하다” “한 건 걸리면 된다”는 말과 “나는 유시민에 관심 없다”는 답변을 했다. 수사팀은 이를 두 피의자 사이의 공모 의혹 증거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은 무혐의를 보여주는 반대 증거로 각각 주장을 펼쳤다.

한편 지난 6월 26일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부정 승계 의혹에 대한 심의위가 열렸다. 당시엔 10:3으로 이 부회장 불기소를 권고했다. 수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결론을 아직 내리지 못했다.

박태인·김민상·정유진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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