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나면 필승” 군부의 환상이 문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96호 21면

전쟁의 미래

전쟁의 미래

전쟁의 미래
로렌스 프리드먼 지음
조행복 옮김
비즈니스북스

군대만큼 전망과 계획이 일상인 조직도 드물다. 무기는 개발하는 시간이 꽤 길다. 생산라인에 막 나온 무기가 시대에 뒤떨어지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앞으로 3~5년 뒤나 7년 이후로 나눠 무기가 어떤 성능을 갖춰야 하는지 미리 짜놓는 게 군대다. 그런데 세계적 전쟁학자인 영국의 로렌스 프리드먼에 따르면 이런 노력은 부질없을 수도 있다. 그는 신작 『전쟁의 미래』에서 지난 150년간 정부와 군부가 예측한 미래전이 제대로 맞은 게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예컨대 20세기 초반 운송수단의 발달로 더 많은 병력과 물자가 전선에 도달했고, 기관총과 속사포로 화력은 강력해졌다. 그러나 미래의 전장이 어떻게 변할지 자신이 없는 군부는 공격 정신을 갖춘 용감한 병사가 전쟁의 승리를 얻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과는 제1차 세계대전 때 학살에 가까운 참호전이었다. 미 육군 전쟁대학장을 지낸 로버트 스케일스 장군은 “워싱턴 DC에서 가장 성공적이지 못한 사업”은 “내일의 전쟁이 띨 본질과 성격에 내기 돈을 건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그렇다고 저자는 미래 전쟁 예측을 필요 없다고 내치지는 않았다. 다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말라”는 조언을 덧붙인다. 문제는 ‘엉터리 예언’이 아니다. 이를 발판으로 기습작전과 선제공격의 우위, 최첨단 기술의 맹신, 단번에 적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환상으로 이어져 전쟁을 손쉽게 시작하려는 정부와 군부가 근원적 문제다. 근대에 들어선 뒤 적의 군대를 격파하더라도 적 국민의 전쟁 수행 의지가 꺾이지 않는 한 전쟁은 쉽사리 끝낼 수 없게 됐다. “전쟁을 시작하는 것보다 끝내는 게 더 어렵다”(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는 한탄이 나온다.

저자는 책에서 해답을 제시하진 않았다. 대신 네트워크, 사이버, 로봇·드론 등 최근 전쟁터의 모습은 더 빨리, 많이 바뀌고 있지만, 전쟁은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으며 수많은 희생이 따른다는 본질은 그대로라고 강조했을 뿐이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