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명 코로나 추적기 달고 콘서트…獨 초유의 집단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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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7월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자 세계 각국의 대처법도 조금씩 방향을 틀고 있다. 당장 극복이 어렵다면 '코로나19와 살아가는법'을 찾자는 것이다. 첫 대상 중 하나가 사실상 '올스톱'된 각종 공연이다. 이를 위해 독일 과학자들이 초유의 실험에 나섰다.

독 연구진, 지원자 모아 콘서트 #바이러스 전파 잠재 경로 추적 #"관객 적정선 찾아내는 게 목표"

2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독일 마르틴 루터 할레-비텐베르크 대학 연구진은 인파로 가득한 대규모 실내 공간에서 바이러스가 어떻게 퍼지는지 알아보기 위한 ‘리스타트 19(Restart 19)’ 프로젝트를 실시한다. 이를 위해 8월 22일 실내 공연장에서 4000명의 지원자가 참가한 가운데 독일 유명 가수인 팀 벤츠코의 공연을 열기로 했다.

독일 유명 가수인 팀 벤츠코. 8월 22일 독일 연구자들과 함께 실험 공연에 나선다. [인스타그램 캡처]

독일 유명 가수인 팀 벤츠코. 8월 22일 독일 연구자들과 함께 실험 공연에 나선다. [인스타그램 캡처]

공연 참가자들은 모두 성냥개비 크기의 ‘접촉 추적기’를 목에 두르고, 손에는 형광 손소독제를 뿌린다. 모든 참가자의 동선과 함께 다른 사람들과의 거리 정보도 실시간으로 수집된다. 공연이 끝나면 자외선 불빛을 이용해 공연장 곳곳을 조사한다. 어느 곳에 사람의 손길이 많이 닿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공연 중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켜질 수 있는지, 문고리와 의자 손잡이 등 어디에 바이러스가 남아 전파될 수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다.

또한 대형 분무기에서 에어로졸을 분사해 공기 중에서 어떻게 퍼지는지도 알아본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공기로도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이번 실험은 1만2000명 규모의 경기장에서 총 세 번에 걸쳐 이뤄질 예정이다. ^4000명의 관객이 밀집해 공연을 즐기는 방식 ^4000명의 관객이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 ^2000명의 관객이 최대한 멀리 떨어져 공연을 관람하는 방식 등으로 각각 나눠 실험한다.

이번 실험 참가자와 관계자들은 체육관에 입장하기 48시간 전에 모두 코로나19 검사를 받게 된다. 음성 판정이 나와야만 실험에 참여할 수 있다. 또 혹시나 모를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참가자는 특수 마스크를 지급받고 공연 중에는 벗을 수 없다.

7월 11일 이탈리아 튜린에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7월 11일 이탈리아 튜린에서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일정 거리를 유지한 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런 과정을 통해 집단감염의 위험을 최대한 낮추면서도 실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이번 연구의 목표다. 스테판 모리츠 할레 대학 전염병 센터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연 종사자들이 손실을 보지 않는 수준에서 코로나19 시대의 새로운 기준에 맞는 적절한 관객 수를 찾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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