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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매년 3%씩 올리던 日도…코로나로 11년만에 동결

중앙일보

입력

일본 최저임금이 11년 만에 동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노사간 의견 대립으로 합의 못해 #전문가 공익위원이 '동결' 제시 #지역 간 격차 커 시정 요구하기도 #아베 정권의 목표도 수정 불가피

2012년 집권 이후 소비 진작을 유도하기 위해 매년 3%씩 최저임금을 인상하려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계획도 코로나19 사태로 멈춰 서버렸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4월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 접수대에 방역 차원에서 비닐 칸막이가 쳐져 있다. 그 뒤에 마스크를 쓴 점원이 대기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4월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 접수대에 방역 차원에서 비닐 칸막이가 쳐져 있다. 그 뒤에 마스크를 쓴 점원이 대기 중이다. [로이터=연합뉴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일본 후생노동성 자문기관인 중앙최저임금위원회 소위원회는 격론 끝에 올해 최저임금 목표치 제시를 포기했다. 사실상 동결을 결정한 것이다.

20일 오후부터 시작된 최종 협의에서 노사를 대표한 렌고(連合)와 일본상공회의소 간 주장은 첨예하게 맞섰다. 예년 같으면 3차례 회의로 끝났을 협상이 난항을 거듭, 5차례나 회의가 열렸다.

결국 노사 합의는 무산됐고, 22일 오후에야 전문가로 구성된 공익위원들이 “지난해 전국 평균인 시급 901엔(약 1만원)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최저임금 동결은 리먼 사태로 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아베 정권은 금융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면서 만성화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에 매진해왔다. 정부가 나서서 3% 인상률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재계에서 ‘관제 인상’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나와도 정부는 밀어붙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경기 악화가 심각해지면서 인상 동력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지난 15일 도쿄올림픽 관련 홍보물이 전시된 도쿄 도심의 한 통로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지난 15일 도쿄올림픽 관련 홍보물이 전시된 도쿄 도심의 한 통로를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날 최저임금위 소위는 동결을 결정하면서도 “지역의 고용 정세 등을 판단해 자율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지역 간 최저임금 격차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선 광역 자치단체가 전국 목표치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높은 도쿄도와 가장 낮은 지역(이와테현ㆍ가고시마현 등) 간 차이가 223엔(약 2500원)이나 벌어져 있다. 소위는 이런 사정을 고려해 최저임금이 너무 낮은 지역은 알아서 인상액을 결정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최저임금 동결에 대해 일본상공회의소 측은 “중소ㆍ소규모 사업자의 실태를 반영한 적절한 결론”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렌고 측은 “인상이 필요한 지역은 (지역별 심의 과정에서) 최저 수준을 끌어올리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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