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에 온 검찰개혁···수사권 조정서 檢측 대변한 추미애 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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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국무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초 국무회의에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세부적인 사항을 조정하는 것이 더 힘든 일이 될 수도 있다“며 검찰개혁 후속조치에 전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청와대 ‘국민을 위한 수사권개혁 후속 추진단(추진단)’ 회의가 검경 수사권 조정 후속 시행령 잠정안을 마련해 지난 20일 경찰청·법무부 등 관계기관에 보냈다. 시행을 코앞에 둔 막바지 협의인 셈이다. 그러나 양측의 공방은 여전히 치열하다.

어떻게 바뀔까

청와대 민정수석실 주재 추진단 회의가 내려보낸 해당 공문 내용은 ▶공무원 직무범죄는 ‘4급 이상 공무원 이상’(공직자윤리법 상 재산등록 대상 범위) ▶부패 범죄에서 3000만원 이상 뇌물을 받은 경우 ▶마약 범죄에서는 밀수 범죄 등▶사이버범죄 일부 등으로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명확히 제한했다.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행위자의 직급이나 범죄 액수, 죄목에 따라 특정하겠다는 것이다.

검‧경 주장하는 독소조항은?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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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4일 시행을 목표로 추진단에서 관계기관에 잠정안까지 보낸 것이지만, 양측의 이견은 팽팽하다.

검찰은 개정된 검찰청법 제4조 1항 1호(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에 적힌 ‘등’의 범위를 좁혀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내세운다.

이미 지난 입법 과정에서 ‘등’이 아닌 ‘중’(中)으로 적혀야 한다고 경찰이 주장했으나 가로막혔고, 치열한 논의 끝에 개정안이 ‘등’으로 적힌데는 부패 및 공직자 범죄 등에서는 검찰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공감이 있었다는 입장에서다.

수사지휘권 파동 등 검찰과 첨예하게 각을 세워온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검경수사권 조정 이슈만큼은 검찰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추 장관은 개정된 검찰청법에 명시된 ‘부패범죄·경제범죄·공직자범죄·선거범죄·방위사업범죄·대형참사 등의 범위’ 중 ‘등’은 대형참사만을 수식한다는 논리를 편다.

검찰 내부에서는 공수처가 3급 이상 고위공무원을 대상으로 수사하고 5급 이하 공무원은 경찰이 하는 만큼 “결국 검찰은 (공무원 직무범죄에서) 4급만 수사하게 될 것”이라고 한탄이 터져 나온다.

추미애 장관 [연합뉴스]

추미애 장관 [연합뉴스]

경찰도 반발한다. 특히 잠정안의 “법무부 장관은 국가적‧사회적 이목이 중요하거나 국민 다수의 피해가 있는 경우에는 검찰총장의 요청 또는 직권으로 검사가 수사 개시할 수 있도록 승인할 수 있다”는 문구를 놓고서다.

이 문구가 들어간 데에는 최근 논란이 된 ‘n번방‧박사방 사건’과 같은 성범죄는 개정된 검찰청법에 명시된 범죄 유형에 해당하지 않지만, 여전히 검찰의 수사력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이 문구로 인해 검찰의 ‘선택적 정의’가 실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간의 이목을 끄는 수사만 검찰이 독점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수사를 결정한다면 처음 시작부터 정치적인 수사가 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막바지 온 ‘검찰개혁’ 

청와대가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안 시행령 잠정안을 마련한 것은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의 또 다른 축인 검경 수사권 조정마저 공전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후속 조치는 문재인 대통령의 오랜 관심 사안이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이는 노무현 정부 때 검경 수사권 조정에 실패한 경험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에도 합의를 위해 ‘검경 수사권조정 협의체’ 등 관련 협의체가 잇따라 출범했지만, 되레 검경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끝내 합의안을 도출해내지 못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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