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노후준비 주식으로 해도 괜찮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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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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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초저금리 시대에 은행에 돈을 넣어두면 물가상승률만큼의 수익조차 얻을 수 없다. 따라서 자산의 일정비율은 주식과 펀드 같은 투자상품에 배분하는 것이 좋다. 이때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투자상품의 변동성이 감소한다. 장기간에 걸쳐 준비하는 노후자산은 투자상품에 굴려야 하는 이유다.

지난 2008년 미국에선 워런 버핏과 헤지펀드 설립자 테드 세이즈 사이에 누가 10년 후 투자수익률이 나은지 가리는 게임이 벌어졌다. 투자 대상으로 버핏은 인덱스 펀드를, 세이즈는 5개의 헤지펀드를 골랐다. 인덱스 펀드는 힘들게 개별종목을 분석하지 않고, 종합지수에 포함된 종목 전체를 그냥 사버린다. 이와 달리 헤지펀드는 우수한 인력을 투입해 시장에 비해 성과를 낼 종목을 발굴해 투자하면서 단기 매매를 위주로 한다. 화려한 개인기의 헤지펀드가 이길 것이라고 점치는 사람이 많았다.

실제로 초기엔 헤지펀드가 앞서나갔다. 내기 5년 차에 접어들자 드디어 인덱스펀드가 헤지펀드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결국 2017년 12월 말까지 인덱스 펀드는 연평균 7.1%의 수익률을 올렸다. 헤지펀드는 연평균 2.2%였다. 이로써 10년간의 세기의 투자 게임은 버핏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이 내기에서 버핏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정보나 자금력에서 프로에게 뒤질 수밖에 없는 개인투자자는 꾸준히 장기 투자하라는 것이다. 주식을 잘 모르는 한 지인의 이야기다. 얼마 전 정년퇴직한 그는 노후가 별로 걱정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입사하면서부터 돈이 생기면 없는 셈 치고 주식을 샀다. 당시 인기가 있다면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샀다. 예를 들면 2000년대 초반엔 IT주, 2010년대 차·화·정 이런 식이었다. 한번 사놓은 주식은 팔지 않고 끝까지 보유했다. 그렇게 하기를 28년. 어떤 종목은 부도를 맞아 휴짓조각이 됐는가 하면 어떤 주식은 수백 배의 수익을 남겼다. 퇴직하면서 따져보니 투입 원금의 10배 가까운 수익을 남겼다. ‘묻지마’투자의 승리였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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