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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람선 판박이’ 선박 내 격리 선원간 코로나 집단감염

중앙일보

입력

지난 17일 부산 감천항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가 러시아 선박 레귤러호에 탑승해 있던 코로나19 확진자 17명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지난 17일 부산 감천항에서 부산소방재난본부가 러시아 선박 레귤러호에 탑승해 있던 코로나19 확진자 17명을 이송하고 있다. [사진 부산소방재난본부]

부산항에 입항한 후 선박 내 격리된 선원 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유람선 내 격리된 관광객들끼리 감염이 이어지는 것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면서 선박 내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일 입항 레귤러호 선원 29명 중 17명 감염 #6월 24일 러시아 출항 후 20일가량 선박서 격리 #15·16일 입항 러시아선박 2척 81명 중 5명 확진 #김길수 교수 “선박, 환기구 연결돼 격리 불가능”

 20일 부산국립검역소에 따르면 지난 8일 부산 감천항에 입항한 러시아 선박 '레귤러호' 선원 29명 중 1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입항 이후 방역 지침에 따라 선원 29명은 선내에서 격리됐다. 선원 7명이 하선을 요구한 지난 13일까지 코로나19 진단검사는 하지 않았다. 부산검역소 관계자는 “하선을 요구하는 선원에 한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진행할 뿐 승선검역을 하더라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면 선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선을 요구한 선원 7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한 결과 3명이 지난 16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이 나머지 선원을 대상으로 검사를 모두 진행한 결과 이날 오후 14명이 추가로 확진됐다.

 부산검역소 관계자는 “지난달 24일 러시아에서 출항한 후 선원들끼리 접촉이 발생했고, 입항 후 선박 내 격리돼 있으면서 추가 감염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입항 이후 검역소 직원이 선원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1인 1객실에 머물러야 한다는 지침을 설명하지만 제대로 지켜지는지 24시간 감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국립검역소는 지난 8일 감천항에 입항했다가 영도 한 수리조선소로 옮긴 러시아 선적 원양어선 레귤러호(825t)에서 러시아 선원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송봉근 기자

부산국립검역소는 지난 8일 감천항에 입항했다가 영도 한 수리조선소로 옮긴 러시아 선적 원양어선 레귤러호(825t)에서 러시아 선원 1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송봉근 기자

 반면 지난 16일 입항한 러시아 선박 ‘미즈로보스바호’는 선원 64명 중 확진자가 2명 발생했다. 지난 15일 입항한 러시아 선박 '크론스타스키호'는 선원 17명 중 3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선박은 입항 직후 보건당국이 선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확진자를 곧바로 부산의료원으로 이송했다.

 보건당국은 두 선박이 러시아에서 각각 지난 12일과 지난 9일 출항해 선원 간 접촉 시간이 짧았고, 입항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검사를 한 덕분에 집단감염 규모를 줄인 것으로 파악했다.

 전문가들은 선박 내 선원이 격리돼 있으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선박 내 객실은 수송관(덕트·duct)과 환기구가 다 연결돼 있어서 확진자 있으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선박은 구조적으로 ‘자가격리’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교수는 “코로나 사태 이후 만드는 선박은 객실 내 격리가 되도록 설계될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면 선박 내 선원을 외부 격리시설로 이송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선원들의 코로나19 관련 임시 격리생활시설로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의 한 호텔이 지정된 것에 반발하는 송도해수욕장 상인과 주민들이 지난 15일 호텔 주위를 막고 출입을 막고 지정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부산항을 통해 들어오는 외국인 선원들의 코로나19 관련 임시 격리생활시설로 부산 서구 송도해수욕장의 한 호텔이 지정된 것에 반발하는 송도해수욕장 상인과 주민들이 지난 15일 호텔 주위를 막고 출입을 막고 지정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하지만 부산에서는 주민들의 반발로 외국인 선원들에 대한 자가격리 시설 확보가 쉽지 않다. 해양수산부가 지난 13일 지정한 부산 송도 해수욕장 인근 A호텔은 주민들의 반발로 나흘간 공실로 비워뒀다. 해수부는 지난 17일 대체시설을 확보했고, 장소는 공개하지 않았다.

 부산검역소 관계자는 “선박 내 확진자가 발생하더라도 격리 시설 부족으로 다른 선원을 외부시설로 격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선박 내 격리된 선원들이 방역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수시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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