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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사자” 동학개미 사상 최대 ‘빚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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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A씨(34)는 지난 3월 주가가 급락했을 때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 당시 삼성전자 등 세 개 종목을 900만원어치 샀다. A씨가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석 달 새 1500만원까지 불어났다. 그러자 지난달 빚을 얻어 투자금액을 3000만원 수준으로 올렸다.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 종목까지 투자 대상을 넓혔다. 그는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하고 증권사에서도 돈을 빌렸다”며 “부동산 투자는 ‘시드머니’(종잣돈)가 적어 엄두를 못 내고 주식 투자에 ‘올인’(다걸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잔고 13조5170억, 넉달새 두배 #주식담보대출 잔액도 18조 육박 #씨젠·셀트리온·SK 가장 많이 매입 #대박 노리고 빚내서 레버리지 투자 #주가 하락 땐 대량 손실 ‘양날의 칼’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가 뜨겁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지난 16일 기준 13조5170억원으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치였다. 올해 들어 가장 적었던 지난 3월 25일(6조4075억원)과 비교하면 111% 늘었다.

신용융자 잔액 많이 늘어난 종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신용융자 잔액 많이 늘어난 종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주목할 점은 빠른 증가 속도다. 지난 3월 말 6조원대였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 5월 중순 1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달에는 12조원, 이달 초엔 13조원도 넘어섰다. 특히 코스닥 시장에선 7조원을 웃돌았다. 신용융자는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거금(신용거래 보증금)을 맡기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다. 주로 개인 투자자들이 활용한다. 이자율은 연 4~9%다.

주식담보대출의 잔액도 늘고 있다. 이미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추가로 투자할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 15조원 선이었던 ‘예탁증권 담보융자’(주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17조5192억원이었다. 석 달 새 2조원 넘게 불어났다.

빚투가 가장 많이 몰린 종목은 코스닥의 진단키드 제조업체 씨젠이었다. 최근 넉 달간 신용융자 잔고가 2039억원 늘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1997억원)와 셀트리온(1978억원)·SK(1597억원)의 신용융자 잔고도 같은 기간 각각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부광약품(949억원)·셀트리온제약(841억원)·네이버(833억원)·카카오(787억원)·삼성바이오로직스(652억원) 등도 신용융자 잔고가 많이 늘었다.

증시에서 빚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주가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는 개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공매도가 금지된 상황이라 주가 상승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기대치가 높다”며 “제약·바이오·언택트(비대면) 관련주를 중심으로 빚을 활용한 레버리지(지렛대) 투자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용융자 잔액 많이 늘어난 종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신용융자 잔액 많이 늘어난 종목.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금융위원회는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간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공매도를 (허용으로) 환원해도 그냥 갑자기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도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제도개선과 함께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 투자에서 신용융자는 ‘양날의 칼’이다. 빚을 내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오르면 그만큼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 반면 주가가 내려갈 때 손실도 덩달아 커진다. 만일 대출 만기 안에 투자자가 돈을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팔아 대출을 회수하는 ‘반대매매’를 한다. 반대매매가 일어나면 투자자 입장에선 자칫 원금을 모두 날리거나 추가로 현금을 마련해 빚을 갚아야 할 수 있다.

앞으로 증시 움직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증시는 답답한 조정 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경제 지표가 크게 개선되거나 코로나19 백신이 나오면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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