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V자 반등했지만 "세계 경제는 ‘W자형 더블딥’ 빠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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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3월 문을 닫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포시즌 호텔&카지노의 모습.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난 3월 문을 닫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포시즌 호텔&카지노의 모습. [연합뉴스]

 참담한 1분기(-6.8%) 경제성장률을 딛고 2분기(3.2%) 극적인 V자 반등에 성공한 중국은 예외였을 뿐이다. 전염병의 일격에 고꾸라진 세계 경제가 당분간 ‘V라인’을 되찾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오히려 W자형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예상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빨라지면서다. 환자가 다시 늘어나는 미국은 경기 하강 후 장기 침체가 이어지는 L자형에 돌입할 수 있다는 부정적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시장조사기관인 IHS마켓의 나리먼 나리먼 베라베시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산세는 V자형 회복의 가능성을 줄이고 더블딥 침체(W자형)의 위험을 증가시켰다”고 밝혔다.

 IHS마켓은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5%의 역성장을 기록한 뒤 내년에 4.4%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5~6월 가파른 회복세를 보인 뒤, 짧고 급격한 침체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IHS마켓은 “2차 경기 하강의 시기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될 것”이라며 “다만 2차 경기 하강은 코로나19로 인한 1차 침체보다 더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 침체의 향방을 좌우할 요인은 코로나19의 확산세다. 전염의 양상에 따라 각국이 경제 봉쇄령 등을 다시 도입하게 되면 간신히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어서다. 이미 빨간불은 켜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일일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간) 기준 하루 새 신규 확진자가 25만9848명 늘어나며 최대치를 기록했다.

 경제의 기본 체력이 떨어진 탓에 잠깐의 반등세를 이어갈 힘도 달린다. 최근의 반짝 회복세는 각국 정부가 재정과 통화 정책을 동원해 쏟아낸 유동성의 힘이기 때문이다. 베라베시는 보고서에서 “재정과 통화 정책 기구의 추가 부양책이 없으면, 경기 회복을 위한 주요 동력은 곧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중앙은행이 간신히 떠받친 돈의 약발이 사라지면 힘 빠진 경기가 다시 고꾸라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JP모건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 AP=연합뉴스

 착시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기에 실업률과 연체율이 올라가고, 대손상각도 늘어나며, 집값은 떨어지지만 지금은 이 중 어떤 것도 참이 아닌 상태”라며 “오히려 저축과 소득이 늘고, 주택 가격은 오르는 등 통화ㆍ재정 부양책으로 경기 침체의 충격을 당장 느낄 수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돈을 푼 탓에 가계와 시장이 착시 현상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상황 속 정부가 유동성 공급을 위해 풀었던 수도꼭지를 조이고, 현실의 시간이 다가오면 충격파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JP모건이 주식시장 강세 속에도 경기 전망을 낮춘 이유도 이 때문이다. JP모건은 올해 실업률을 11% 수준으로 지난 4월 예상치보다 4.3%포인트 높여 잡았다. 코로나19 2차 유행을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예상하는 실업률은 23%에 달한다.

 뱅크오브어메리카(BofA)는 지난 14일 ‘세계 경제 전망’ 전화 컨퍼런스에서 2분기 미국 경제가 35%(연율) 역성장한 뒤 3분기 20%로 반등하지만, 4분기에는 6%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L자형 침체를 의미하는 예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경제전문가 상당수가 V자형 경기 회복에 회의적”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가 경제에 영구적 손상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도 “미국 경제가 파도가 치는 회복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고통스러운 경제하강이 오래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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