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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대선 전 북·미 회담 기대 안 해”…일각선 “가을 방콕서 만날 수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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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5호 02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대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증거를 아직 보지 못했다”며 3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면서다. 다만 “북한과 다양한 형식의 대화를 하고 있다”며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접촉은 진행 중임을 내비쳤다.

“북 비핵화 중대 진전 증거 못 봐” #협상 재개 물밑 접촉은 내비쳐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평양이 대화 재개에 관심을 표명했느냐’는 질문에 “북한과의 대화는 공개적으로 자주 언급하진 않지만 많은 레벨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성취할 뭔가가 있지 않은 한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이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의회전문지 더 힐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진정한 진전이 있을 때만 정상회담을 하기를 원한다”고 했던 발언을 되풀이한 셈이다.

그는 이어 “만약 우리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중대한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다면 정상들이 다시 만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면서도 “대선까지는 불과 몇 달밖에 안 남았고, 두 정상이 만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할 것이란 증거도 아직 보지 못했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앞서 북한은 스티브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8일 방한해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한 데 대해 엇갈린 메시지를 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 10일 담화에서 “수뇌회담은 미국이나 원하는 것이지 우리에겐 무익하다. 일부 제재 해제와 영변의 영구적 폐기를 다시 흥정하려는 어리석은 꿈은 품지 말라”며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협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김 위원장 허락을 받았다”며 북·미 접촉 의향도 내비쳤다.

이와 관련, 해리 카자니스 미 국가이익연구소(CNI) 한국국장은 ‘미국 보수주의자’ 잡지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전 북한과 합의’라는 돌파구를 원하고 있다”며 “북한이 한 개 이상의 핵심 핵시설을 해체하고 핵·미사일 시험 모라토리엄을 공식 선언하는 데 대해 ‘맞춤형(customized)’ 제재 완화를 제공하는 새로운 제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만약 합의가 이뤄진다면 올가을 평양에서 비행기로 갈 수 있는 아시아 한 나라의 수도에서 두 정상이 3차 회담을 열고 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 짐작은 태국 방콕”이라고도 했다. 지난해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당시에도 시도했던 ‘영변 플러스 알파’, 즉 핵물질 생산 중단을 포함한 핵·미사일 동결 대가로 북한이 원하는 일부 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구상 자체가 새로운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스웨덴 실무협상 때도 영변 폐기와 우라늄 농축 중단의 대가로 북한의 석탄·섬유 수출을 이행 조건부(‘스냅백’)로 허용하는 방안이 공개됐다. 하지만 당시 김명길 북한 협상 대표는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은 하나도 들고 오지 않았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서울=이유정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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