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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조원 세금 안 내도 OK"…애플 손 들어준 법원, EU는 항소할 듯

중앙일보

입력

독일 뮌헨의 한 애플 스토어. EU와 애플은 세금 문제를 놓고 드잡이해왔다. AP=연합뉴스

독일 뮌헨의 한 애플 스토어. EU와 애플은 세금 문제를 놓고 드잡이해왔다. AP=연합뉴스

애플이 유럽연합(EU)의 과징금 폭탄을 피했다. 애플이 130억 유로(약 17조8600억원)의 과징금을 낼 수 없다며 EU 집행위원회를 상대를 낸 소송에서 15일(현지시간) 승소했다.

EU의 고등법원인 일반법원은 15일(현지시간) “EU 집행부가 반드시 제시해야 했던 법적 기준을 명확히 내놓지 못했다”며 조세회피 과징금 명령을 무효화하는 판결을 내렸다.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는 2016년 애플이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에 유럽 지사를 두고 2003~2014년 세금을 회피했다며 130억 유로의 벌금을 아일랜드에 내라고 명령했다.

아일랜드가 EU 회원국 중 법인세율이 1% 이하로 낮다는 점에 착안해 애플이 아일랜드에 지사를 두고 세금을 회피했다는 게 EU 집행위의 주장이었다.

마그레트 베스타제 EU 집행위원이 애플에 대한 과세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마그레트 베스타제 EU 집행위원이 애플에 대한 과세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연합뉴스

하지만 EU법원이 세금 회피 논란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EU에서 막대한 판매 및 광고 수익을 올리는 애플에 세금을 매기려던 EU의 움직임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획기적인 랜드마크가 될 판결”이라고 밝혔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세출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세 등을 논의하는 EU 입장에는 새로운 복병이 등장한 셈이다.

미국 경제 매체인 CNBC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출을 늘린 EU 및 각국이 증세 방안에 주목하고 있다”며 “EU가 애플에 대한 세금을 쉽사리 포기를 할 수가 없는 만큼 단순히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애플에 대한 조세회피 과징금 무효 판결은 EU에 큰 타격”이라며 “집행위가 항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는 앞으로 2개월10일 내에 항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EU 집행위가 항소할 경우 결정은 EU의 최고 법원인 유럽 사법 법원으로 올라간다.

애플은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버티다가 결국 2018년 제3자가 관리하는 에스크로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한 상태다. EU 집행위가 항소를 제기하고 결정이 나올 때까지 17조8600억원은 에스크로 계좌에 보관될 전망이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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