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조화 보낸 靑, 성폭력 고발책 '김지은입니다' 반송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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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책 '김지은입니다'. 사진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지난 7일 교보문고 베스트셀러에 올라온 책 '김지은입니다'. 사진 교보문고 홈페이지 캡처

청와대가 최근 네티즌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책 『김지은입니다』를 반송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일부 여성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뉴스1이 15일 보도했다. 『김지은입니다』는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가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고발한 뒤 대법원 에서 안 전 지사의 실형 판결을 받아내기까지 544일 간의 기록을 담아낸 책이다. 지난 3월 발간됐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모친상을 당한 안 전 지사에게 '대통령' 공식직함이 적힌 조화를 보냈다. 이에 일부 네티즌은 피해자인 김씨에게 연대하는 의미로 안 전 지사 모친상 빈소에 조문을 간 인사들에게 『김지은입니다』 책 보내기 운동을 시작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7월 초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선 종합 인기도서 1위, 교보문고에선 일간 베스트 정치·사회 분야에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지은씨(37·여)는 뉴스1에 "(지난 9일 문 대통령에게 보냈던 책이) 반송 입고됐다. 그저 실망스러울 따름이다. 이 땅의 여성으로서 어떻게 목소리를 전해야 닿을 수 있을지 매우 답답하다"며 "김지은님 그리고 고 박원순 서울시장 피해자님까지 계속해서 연대할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한 네티즌도 자신의 SNS에 '청와대에 보낸 책이 반송됐다'며 배송사의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올렸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낙연 의원과 강준현 의원실에 보낸 것은 반송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는 지난 6월 협성양로원 할머니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제 레몬청을 보냈다고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는 지난 6월 협성양로원 할머니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수제 레몬청을 보냈다고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캡처

청와대는 지난 6월 협성양로원 할머니들이 보낸 '수제 레몬청', 지난해 1월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보낸 '토종 씨앗' 등 국민들에게 받은 선물을 공식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문 대통령의 감사 편지를 남기기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김지은씨의 책만 받지 않은 건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또 다른 편에선 청와대가 보안상의 이유로 책을 수령하지 않은 건 당연하다고 말한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폭력 문제에 공감하지 않기 때문에 책을 받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건 무리라는 것이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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