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류호정·장혜영 메시지 사과” 후 항의댓글 쏟아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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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혜영·류호정 의원. 임현동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표(왼쪽)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장혜영·류호정 의원. 임현동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조문을 놓고 드러난 정의당 내부 갈등이 확전 양상이다. 장혜영·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0일 박 전 시장 성추행 혐의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조문을 거부한 것에 대해 심상정 대표가 14일 사과하면서다. 심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두 의원은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서 피해 호소인에 대한 굳건한 연대 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며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들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조문 거부 사과 아니다” 해명에도 #당 안팎 “피해자에 좌절감·모욕 줘” #박원순 사태 속 내부 갈등 더 커져

심 대표의 공식 사과는 ‘조문 논란’ 이후 정의당 탈당자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이후 공식 집계된 탈당자만 11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진다. 정의당 관계자는 “100명 이상이 새로 입당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당원이 탈당하면서 일선 지역위원회에서 항의가 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원과 지지층 상당수가 박 전 시장에게 우호적인 감정을 가진 상황에서 심 대표의 사과가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과로 인해 논란은 더 확산됐다. 심 대표의 사과 발언이 담긴 페이스북 영상엔 “이 메시지에 매우 유감” “피해자와 연대하고자 몸부림치는 많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좌절감과 모욕감을 줬다” 등의 항의 댓글이 이어졌다. 과거 정의당 당원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로써 이분(심상정 대표)에 대해 가졌던 마지막 신뢰의 한 자락을 내다 버린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저 말 한마디로써 피해자가 ‘50만명이 넘는 국민의 호소에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라 절망했던 그 ‘위력’에 (정의당이) 투항, 아니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젊은이들의 감각을 믿고 그들에게 당의 주도권을 넘기는 게 좋을 듯”이라고 세대교체를 언급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심상정 대표는 조문 거부 자체에 대해 사과한 게 아니다”라며 “두 의원의 연대 메시지가 유족과 시민들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사과드린다는 메시지였을 뿐”이라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안희정 전 충남지사 모친상 조화 논란 때도 불거진 정의당 내 ‘세대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갈등은 다음 달 17일 초안이 공개되는 당 혁신안 채택 과정에서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장혜영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혁신위원회는 18명의 위원 가운데 8명(44.4%)이 2030으로 구성돼 정의당 전체 당원 구성보다 젊은 층 목소리가 크게 반영되는 구조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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