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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 구해주세요” 6살 꼬마가 낸 5달러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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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기부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녕.”

폐쇄 소식에 ‘이빨 뺀 값’ 첫 기부 #SNS 타고 열흘 만에 2억원 모여

늘 해맑게 웃는 6세 소녀 앤디 술라드가 소셜 미디어 영상을 통해 건네는 첫인사, 끝인사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사는 술라드의 얘기가 최근 미국 언론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 단돈 5달러(약 6000원)로 시작해 열흘 만에 16만 달러(약 1억9200만원, 13일 오전 기준)를 모금해서다. 술라드가 나선 이유는 동물원 때문이다.

CNN 등에 따르면 술라드는 집 근처 오클랜드 동물원을 갓난아기 때부터 즐겨 찾았다. 엄마, 아빠, 동생과의 나들이뿐 아니라 동물 친구들과의 교감에 흠뻑 빠졌다. 특히 좋아하는 건 호랑이, 혹멧돼지, 기니호그, 그리고 곤돌라 타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동물원을 덮쳤고, 지난 3월 폐쇄 이후 비용 문제가 해결이 안 돼 문을 다시 열기 어렵다는 소식이 들렸다. 술라드는 위기에 처한 동물 친구들을 지키려 특별한 행사를 기획했다.

앤디 술라드가 동물원 성금 기부자들에게 선물로 보내는 팔찌를 들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앤디 술라드가 동물원 성금 기부자들에게 선물로 보내는 팔찌를 들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먼저 ‘이빨 요정’(Tooth Fairy·빠진 이를 선물로 교환해 주는 요정, 보통은 부모)에게서 받은 5달러를 동물원 살리기에 쓰기로 했다. 엄마 켈리는 지난 3일 소셜 미디어에 ‘오클랜드 동물원을 구하기 위한 6살 앤디의 모금’이란 계정을 만들어줬다.

술라드는 첫 영상에서 이렇게 얘기한다. “오클랜드 동물원을 위해 모금하고 있어요. 동물들이 사람들의 돌봄이 필요해요. 그리고 저는 오클랜드 동물원을 좋아해요. 너무 즐거운 곳이니까요.”

처음 모금 목표액은 200달러였지만, 입소문이 퍼지며 열흘 만에 전국 3000여명이 동참했다. 모금한 돈은 모두 오클랜드 지역의 비영리단체를 거쳐 100% 동물원에 쓰인다. 기부자들은 “내 손자와 함께 즐겨 찾는 동물원이다” “이 세상은 앤디 같은 아이들이 더 필요하다”며 술라드를 응원했다.

술라드는 25달러 이상 기부할 경우, 직접 만든 ‘홈메이드’ 팔찌를 선물로 보내준다. 서툴지만 작은 손으로 코끼리 조각, 구슬 등을 엮는데, 기부자가 급증하면서 남동생까지 나서 팔찌를 만들어야 할 정도다. “사랑하는 남동생과 오클랜드 동물원을 다시 방문하는 것이 꿈이에요” 술라드의 말이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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