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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양 줄이고 충전기 빼고…스마트폰, 원가 절감의 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 스마트폰 충전기. 사진 삼성닷컴

삼성전자 스마트폰 충전기. 사진 삼성닷컴

스마트폰을 팔 때 함께 주던 충전기는 빼고, 활용빈도가 적은 기능은 과감히 덜어낸다. 스마트폰 제조업계가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다. 5G 이동통신 상용화와 고사양 제품 출시로 스마트폰 제조원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군살 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주는 게 당연한 줄 알았는데…제조사는 수천억 아껴  

가장 먼저 충전기를 제외할 것으로 보이는 곳은 애플이다. 부품업계에 따르면 당장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아이폰12 시리즈부터 충전기가 빠질 전망이다. 최근 IT전문매체인 맥루머스에는 아이폰12 패키지 박스의 예상 렌더링 이미지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도 충전기가 들어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달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아이폰으로 바꾼 후 기존에 제공받은 충전기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설문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내년에 출시하는 스마트폰 일부 모델부터 충전기를 제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충전기를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아직 시기와 방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이폰12 박스 내부 디자인 예상 렌더링 이미지. 충전기가 들어갈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맥루머스

아이폰12 박스 내부 디자인 예상 렌더링 이미지. 충전기가 들어갈 공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사진 맥루머스

충전기로 인한 원가 절감 효과는 애플과 삼성 같은 대형 제조사 입장에선 의외로 쏠쏠하다. 충전기 원가는 3달러 내외로 알려져 있다. 100만원이 넘는 제품에 포함되는 것치고는 비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애플과 삼성이 연간 2억~3억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전기 비용만 해도 수천억원을 아낄 수 있다. 여기에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두 회사는 현재도 정품 충전기를 별도로 판매하고 있는데 가격대가 2만~3만원 내외다. 고속충전을 지원하는 고사양 충전기는 4만원에 육박한다.

100배줌 대신 50배줌으로 나오는 갤럭시노트 20

삼성전자가 다음 달 5일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하는 하반기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은 전작 대비 카메라 스펙이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지난 3월 출시된 상반기 플래그십 제품인 갤럭시 S20 울트라 모델은 100배 줌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며 ‘달표면 촬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화질이 떨어지는 데다 느린 초점 문제 등이 불거지면서 ‘오버스펙’ 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갤럭시노트20의 경우 100배줌 기능은 50배 줌으로 낮추고, 활용도가 낮은 비행거리센서(ToF) 카메라 대신 레이저 포커스 센서를 탑재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러시아법인 웹페이지에서 유출된 갤럭시노트20 추정 이미지. [사진 이샨 아가왈(@ishanagarwal24 트위터 계정]

삼성전자 러시아법인 웹페이지에서 유출된 갤럭시노트20 추정 이미지. [사진 이샨 아가왈(@ishanagarwal24 트위터 계정]

제품 가격도 낮아질 전망이다.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노트20의 국내 출시 가격은 일반형인 노트20이 120만원대, 고급형인 노트20 울트라가 145만원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전작인 갤럭시노트10과 비교할 때 5만원가량 저렴해지는 셈이다.

5G 상용화에 치솟는 부품 단가…원가절감 확대 전망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원가절감에 나서는 배경은 5G 이동통신 상용화와 고사양 기능 탑재로 스마트폰 부품 단가가 올라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가격도 가파르게 오를 전망이다. AP 제조 1위 기업 퀄컴은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차세대 AP인 스냅드래곤875에 전작인 865에 비해 100달러가량 더 비싼 가격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원가가 고스란히 반영된다면 퀄컴 제품을 사용하는 삼성의 스마트폰 가격은 10만원 이상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익명을 원한 스마트폰 제조업계 관계자는 “꼭 필요하지 않은 부속품과 기능을 빼는 원가절감 방식이 꼭 소비자에게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상승하는 원가가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플래그십 제품은 200만원을 훌쩍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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