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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박원순 피해자에 "입장 없다"…野 "비문 여성 방치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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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여성가족부의 침묵에 비난이 쏠리고 있다.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부처로 각종 성범죄 근절과 미투 운동 지원에 힘써왔지만 정작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사건 발생 이후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대변인 "입장 없다. 할 수 있는 게 있는지 검토" 말만 #통합당 "친문 여성은 비호하고 비문 여성 방치하나" 비판

13일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이 주축이 된 통합당 청년문제 연구조직 ‘요즘것들연구소’는 여가부를 향해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실을 규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소는 이날 ‘여성가족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나?’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피해자에 대한 여가부 차원의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연구소는 “안타까운 건 이번 사건을 대하는 여가부의 태도”라고 재차 지적하며 “윤지오 사건 때는 팩트 검증도 소홀히 한 채 큰 목소리를 내며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던 여가부가 이번에는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가해가 진행 중임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부가 친문 여성은 보호하고 비문 여성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며 “여가부는 친문 여성들만의 부처가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부처여야 한다.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가부는 앞서 고(故) 장자연 씨와 관련해 허위 증언과 후원금 사기 등으로 고소·고발을 당한 윤지오 씨에게 산하기관인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을 통해 숙박비와 렌트카 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윤 씨에게 숙소 비용을 지원한 익명의 기부자가 김희경 여가부 차관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셀프기부’ 논란이 일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 등으로 고소한 피해여성을 대리하는 김재련 변호사가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녹번동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에서 피해여성을 텔레그램 비밀 대화방에 초대한 스마트폰 화면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이에 앞서 2018년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폭행 혐의 무죄 판결과 관련 ‘피해자의 용기와 결단을 끝까지 지지할 것이며 관련 단체를 통해 소송 등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런 전례에 비춰봤을 때 현 상황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여가부에 주무부처로서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최성지 여가부 대변인은 “현재로선 입장 표명할 게 없다”며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검토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이는 잇따라 피해 호소인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연대 의지를 밝힌 여성단체들과의 행보와도 대비된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과 유골함이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에 놓여 있다. 연합뉴스

앞서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여성민우회·한국여성의전화 등 다수의 여성 시민단체들은 피해자를 지지하는 연대 성명을 냈다.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인에 대한 고소가 ‘공소권 없음’으로 결론나 진상 규명 자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2차 가해가 확산하자 ‘피해자 보호’를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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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피해자의 법률대리인과 연대해 기자회견을 연 것도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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