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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가고 최강욱 왔나" 야권, 추미애 입장문 유출 맹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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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지난 3일 오후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한 법무부 내부 논의 내용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사전 인지했다는 의혹이 일자 정치권이 들썩이고 있다. 미래통합당은 “윤석열 죽이기에 추 장관, 법무부에 이어 청와대 출신 최 대표까지 개입한 게 아니냐”며 “제2의 국정농단 사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라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9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추 장관의 방침이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 사전에 전해진 증거가 나왔다”며 “어떻게 최강욱 의원이 이것(입장문 초안)을 입수했는지 경위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최강욱 같은 사람을 내세워 윤 총장을 쫓아내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며 “이것이야말로 국정농단이고 국민 앞에 사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최 대표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 비유했다. 원 지사는 “최순실 국정농단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연설문을 최순실이 봐줬다는 보도로 시작됐다”며 “추 장관이 범죄 피의자인 최강욱과 입장문을 공유했다면 더 나쁜 국정농단”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순실은 숨어서라도 했지만, 이들은 드러내놓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지금 국정농단의 거대한 범죄를 라이브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추 장관이 권력 끄나풀들과 작당하고, 검찰총장에게 지시할 때마다 검찰이 순종해야 한다면 그게 나라냐”라고도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제 최순실이 가고 최강욱이 온 것이냐”고 꼬집었다.

국민의당도 가세했다. 권은희 의원은 이날 최고위에서 “추 장관이 뒤에 최순실처럼 기능하는 사람을 두고 있다”며 “법무부는 입장문 가안 유출의 경위를 밝히고 법무부에 어른거리는 ‘최순실’의 그림자를 걷어야 한다”고 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2일 국회의원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재판에 출석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최 대표가 올 초까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일한 점에 비춰 이번 유출 논란이 청와대와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나왔다. 법사위원인 전주혜 통합당 의원은 “만약 최 의원처럼 청와대 인사들도 법무부 논의 내용을 사전 인지하고 있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했다.

최강욱 대표는 8일 오후 10시쯤 ‘법무부 알림’이라는 제목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가 20분 뒤 게시글을 삭제했다. 최 대표가 올린 글은 법무부가 추 장관과 입장문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초안’이었고, 출입기자들에겐 발송되지 않은 메시지였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에 대해 “최강욱은 추미애의 수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라며 “최순실 사태도 시작은 미약했다”고 꼬집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캡처

논란이 확산하자 법무부는 9일 “실무진이 두 문구(초안, 수정안)가 모두 공개되는 것으로 알고 주변에 전파했다”고 초안 유출 경위를 해명했다. 법무부의 해명 이후 최 대표도 “제가 올린 글은 바로 최민희 전 의원님이 앞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복사한 것”이라고 했다. ‘지인’으로부터 해당 글이 법무부 공식 입장이 아니란 연락을 받고 글을 삭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나왔다. 원 지사는 “세상 어느 법무부장관이 내용이 다른 두 버전의 글을 알리라고 하느냐”며 “법무부장관을 움직이는 비선실세가 대체 누구냐”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검사 출신 김웅 의원은 “입장문 유출보다 더 큰 문제는 범죄 혐의자들이 법무부 위에서 상왕 노릇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도 “의구심 불러일으키기에 충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전주혜(왼쪽부터)·조수진·김도읍·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전주혜(왼쪽부터)·조수진·김도읍·유상범 미래통합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통합당의 법사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 장관은 유출 경위, 유출자 파악을 위해 즉각적인 감찰을 단행하라”고 공세에 나섰다.

이들은 “국정농단은 ‘비선’에 의한 것도 심각한 일이지만, 힘과 권력을 가진 ‘실선’에 의한 것이라면 더 심각하다”며 “더구나 최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아들의 허위 인턴증명서 발급 혐의로 기소된 형사 피고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 수사지휘권 박탈’ 시도에 여권 실세, 형사피고인이자 향후 이 사건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단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초안 유출에 대해선 “정부의 공식 발표문이 최 의원 등 바깥으로 유출되는 건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한다”며 “최 대표는 ‘언뜻 올라온 다른 분(최 전 의원)의 글을 복사했다’고 주장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사안은 더 심각해진다”고 지적했다.

정의당도 입장을 냈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법무부 내부에서 실제 검토되던 가안이 외부에 유출됐고, 이를 일부 인사들이 공유한 것은 첨예한 검찰개혁 국면에서 국민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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