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이름 빠진 50주년 기념비…도공 “대통령 등재 사례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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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대통령이 7일 경부고속도로(대전-대구간) 개통식에 참석, 건설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박정희 대통령이 7일 경부고속도로(대전-대구간) 개통식에 참석, 건설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중앙포토

경부고속도로 개통 50주년(2020년 7월7일) 명패석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이 빠지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포함된 사실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김현미 장관의 이름을 지우라고 요구하자 한국도로공사는 보도자료 통해 해명했다.

8일 국토교통부와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경북 김천에 위치한 경부고속도로 추풍령휴게소에 총 2개로 구성된 ‘준공 50주년 기념비’가 지난달 30일 세워졌다. 하지만 준공탑 옆에 세워진 경부고속도로 50주년 ‘준공 기념 명패석’에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한 박 전 대통령 관련 언급은 빠져있다. 이에 대해서 일각에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도 새로 만든 명패석에 박 전 대통령 이름이 빠진 것이 황당하다며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30일 세워진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 사진 한국도로공사

지난달 30일 세워진 ‘(경부고속도로) 준공 50주년 기념비’. 사진 한국도로공사

기념비 2개 중 왼쪽엔 김현미 국토부 장관 명의로 “본 고속도로는 5000년 우리 역사에 유례없는 대토목공사이며, 조국 근대화의 초석이 되고 국가발전과 국민생활의 질을 향상시켰을 뿐만 아니라 ‘하면 된다’는 자신감과 긍정적인 국민정신 고취에 크게 기여했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오른쪽 기념비엔 발주처였던 건설부 관계자와 시공 업체 직원 등 531명의 명단이 적혀 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름은 없다.

경부고속도로는 1964년 12월 독일 아우토반(고속도로)을 보고 온 박 전 대통령 구상에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1967년 4월 대통령 선거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뒤인 1968년 2월 착공해 2년 5개월 만인 1970년 7월 완전 개통을 이뤘다.

도로공사는 이에 대해 고속도로 건설참여자 명패석에 대통령 이름을 등재한 사례가 없으며, 1970년 준공 당시 설치된 기념탑에 박 전 대통령 휘호와 치적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도로공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경부고속도로 건설참여자 명패석 설치사업은 경부선 개통 50주년을 맞아 시공참여자의 자긍심 고취와 사기진작을 위해 추진한 것으로 건설공사 참여자로 명단을 구성했다”며 “고속도로 건설참여자 명패석에 대통령 성함을 등재한 사례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전 대통령 휘호는 기존 준공기념탑 정면에 설치돼 있다”며 “후면 별도 표석 및 기념탑 설명대에도 박 전 대통령의 치적을 알리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명패석 옆에 있는 기념탑 전면에는 ‘서울부산간 고속도로는 조국 근대화의 길이며 국토통일의 길이다’라는 박 전 대통령 휘호가 있다.

사진 뉴시스

사진 뉴시스

도로공사는 또 명패석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름이 들어간 것에 대해선 “명패석엔 당시 공사시공을 총지휘한 건설부를 잇는 국토부를 대신해 김 장관의 이름이 명기된 것이며, 이밖에 국방부 건설공병단, 설계·건설시공사 등 총 530명의 명단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경부고속도로 기념비 김현미 이름 지워라”

하지만 통합당은 기념비에 적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이름을 지우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기념비의 헌정인은 자연인 누구누구가 아니라, 크게는 대한민국 국가이고 작게는 한국도로공사”라며 “경부고속도로 기념비에 자격없는 국토부 장관 이름을 지워라. 국토부 장관은 즉시 부적절한 헌정인 이름을 지울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경부고속도로 사업 주체는 △국토부 △도로공사 △도로협회 세 곳이고, 모든 비용은 고속도로 건설 및 운영 주체인 도로공사 예산에서 지출됐다"며 "많은 국민들이 분노와 불안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우는데도, 대통령을 만나고 나온 후 세금 폭탄을 준비하면서 의기양양하게 ‘부동산 정책이 잘 작동되고 있다’고 말한 국토부장관”이라고 지적했다

최 원내대변인은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 야당이 극렬하게 반대하며 ‘차도 없는 나라에 고속도로가 웬말이냐’, ‘고속도로 만들어봤자 서민들은 타지도 못하고 돈 많은 자들이 놀러 다니기만 좋게 할 거’라고 비판했다”며 “하지만 박정희 대통령 당시 건설된 경부고속도로는 우리 산업화 성공의 상징이 됐다”고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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