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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대책 21차례 실패한 김현미 장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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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3선 의원 출신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부동산 정책의 현장 사령탑을 맡아 왔다. 그동안 김 장관이 온갖 수단을 동원했는데도 서울 아파트 중위값은 52% 폭등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잘못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당당하다.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부동산 대책이 다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무소속 의원의 질의가 나오자 김 장관은 “정책은 다 종합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데, 궤변이다. 국민을 조롱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재임 내내 시장원리 거스르고 국민 신뢰 잃어 #공급 확대 포함해 새 사령탑에 새 대책 맡겨야

그동안 21번의 부동산 대책을 낸 데 대해서도 “네 번 대책을 냈는데 언론이 온갖 것을 다 붙여서 (21번이라고 했다)”고 남 탓을 했다. 억지 논리가 아닐 수 없다. 김 장관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세금과 금융 대책은 쏙 빼놓고, 국토부가 발표한 대책은 네 번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국민은 21번의 대책을 지켜봤고, 그 전방위적 대책을 종합적으로 조율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바로 김 장관이다.

김 장관이 앞장선 부동산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현 정부 핵심 책임자들도 지키지 못할 일을 국민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세금·금융·청약 규제로 부동산 시장의 숨통을 조여 왔다. 그러자 시장에 매물이 줄어들면서 국민에게는 집값이 뛴다는 신호가 됐다. 정책 책임자들의 행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청주의 집을 내놓고 서울 반포의 아파트를 유지하기로 했고, 여당 사무총장은 다주택을 해소한다면서 집 한 채를 아들에게 증여했다. 청와대 참모와 장·차관, 여당 국회의원 대다수가 다주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 피곤하다. 집 있는 사람은 세금 부담에 한숨을 쉬고, 집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져 서글프고, 전세살이하는 국민은 폭등하는 전셋값에 밤잠을 설친다. 임대사업자들은 정책 변덕으로 날벼락을 맞았다. 지금 국민은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믿지 않는다. 대책만 나오면 두 달 후에는 집값과 전셋값이 뛰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공급도 확대하라”고 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신규 주택단지는 계획을 세워서 입주하려면 아무리 빨라도 10년이 걸린다. 이미 서울은 내년부터 신규 주택 부족 사태가 불 보듯 확실해지고 있다.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정책을 정상화하려면 현장 사령탑부터 교체해야 한다. 김 장관은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 그는 정치인 출신으로 부동산 전문가도 아니다. 시장과 소통이 잘되는 것도 아닌 듯하다. 그에게 또 땜질 대책을 맡길 수는 없다. 민간에서도 이 정도 실패를 반복하면 사람을 바꿔 전열을 재정비한다. 부동산 사태 수습은 시장 원리를 잘 아는 새 사령탑 임명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