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건설업계 비리 온상 ‘페이퍼컴퍼니’ 뿌리 뽑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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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지사. [경기도]

이재명 경기지사. [경기도]

경기도가 건설업 ‘페이퍼컴퍼니’를 뿌리 뽑을 방침을 세웠다. 특히 불법증축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등록기준을 갖추지 못한 업체에 대해 엄정한 조처를 하기로 했다. 불법증축 외에도 자동차 관련 시설, 산업시설, 영업시설, 단독·공동 주택 등을 용도변경 절차 없이 건설사 사무실로 사용하는 사례, 지식산업센터 관리권자 승인 없는 임대받는 사례 등도 근절하기로 했다.

6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가 불법 증축 건축물을 사무실로 등록한 A 건설사에 내린 영업정지 처분이 정당하다는 행정소송 결과가 나왔다. 도는 등록지 변경이라는 ‘꼼수’를 무산시킨 판결이어서 공사 수주에 급급해 서류로만 법적 기준을 맞추는 일부 건설업체들에 경종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사는 건설업 등록기준을 어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경기도의 ‘사전단속’에 적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회사는 약 1억8000만원 규모의 도 발주 공사에 응찰해 개찰 1순위였던 업체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건설업체는 건설기술자들이 상시 근무할 수 있도록 건축법 등 법령에 적합한 건물을 사무실로 운영해야 한다.

이에 A사는 “불법 증축된 사무실은 12일만 사용했고, 적발 직후 바로 타 시·군으로 등록지를 이전해 위법성을 해소했다”고 주장, 도의 행정처분은 사실오인 및 재량권 남용이라며 지난해 12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도는 건설업 등록서류, 채용공고 등 자료를 검토, 이 같은 주장과 달리 A사가 불법 증축 사무실을 15개월간 사용한 것을 입증했다.

경기도청 청사. [경기도]

경기도청 청사. [경기도]

법원은 A사의 위반행위 시정은 감경사유일 뿐 처분사유는 존재하며, 건실하게 공사를 수행할 건설사업자가 불법건축물에 사무실을 두는 것은 ‘부실공사 방지 의무’를 저버린 엄중한 위반행위라며 경기도의 손을 들어줬다.

경기도는 이 같은 불법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이번 판결 내용을 시·군과 유관협회에 전파했다. 이재명 지사는 “이번 단속 사례처럼 부실공사, 예산 낭비, 업무 과중, 건설 비리의 온상인 페이퍼컴퍼니에 대한 단속은 예외가 없다”며 “앞으로도 위법 행위로 각종 불공정 이익을 취하는 업체들을 근절해 공정한 건설산업 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도는 지난해 10월부터 도 발주 건설공사 낙찰 대상자를 대상으로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른 등록기준 미달, 무등록자 재하도급, 기술인력 미충족 등 위법행위를 면밀히 조사해 낙찰자 결정에 반영하는 사전단속을 하고 있다. 특히 입찰 단계서부터 위법 건설사들을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을 평가받아 지난 6월부터 조달청, 국토부 등 중앙부처가 이 제도를 도입했으며, 도내 대다수 시·군도 올 하반기 중 도입할 예정이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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