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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뒷담화, 정치논쟁, 자기자랑…댄스동호회의 금기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강신영의 쉘 위 댄스(32)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끼리 같은 목적으로 활동하는 모임을 동호회라고 한다.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우선 반갑다. 댄스라는 취미는 더욱 그렇다. 댄스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어두운 역사를 가지고 있어서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댄스 동호회 사람들끼리는 굳이 댄스의 건전성과 좋은 점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러 형태의 댄스 동호회가 생긴다. 직업별, 연령별, 지역별, 또는 동창생들, 부부 또는 싱글, 클럽별, 문호개방형 등 다양한 댄스 동호회가 있다. 댄스스포츠의 대부분의 참여 인원은 동호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우선 반갑다. 댄스라는 취미는 더욱 그렇다. [사진 pxhere]

취미가 같은 사람을 만나면 우선 반갑다. 댄스라는 취미는 더욱 그렇다. [사진 pxhere]

직업별로 보면 의사, 교사, 임원급 이상 직장인 등 동호회의 활동이 나름대로 잘 꾸려나가고 있다. 구성원의 클래스를 한정시킴으로써 나름대로 색깔을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의사나 임원급 직장인 등의 모임은 나름대로 경제적으로 넉넉한 편이다. 때로는 예산이 좀 많이 드는 멋진 장소에서의 댄스파티 등을 감당하려면 회비가 많을 수밖에 없다.

부부 중심의 댄스동호회는 가족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부가 아니면서 부부처럼 행동하는 커플을 미리 막자는 취지다. 내가 아는 동호회 중 동창생 부부끼리 운영하는 동호회가 있다. 연말 파티 때는 따로 장소를 대여해 자기네들끼리 댄스파티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댄스를 같이 배운 다음 동호회를 구성해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처음에는 강사의 스케줄에 따라 배우다가 동호회원이 많아지면 반대로 동호회원들이 요구하는 종목 위주로 스케줄을 짤 수 있어 좋다.

댄스학원에서 동호회를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강습이 끝나면 안 나오는 사람이 있으므로 계속 댄스를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직업이 댄스이기 때문에 영속성은 있다.

동호회의 활동은 구성원 중에서 강사를 하기도 하고, 전문 강사와 학원을 따로 동호회원만 함께 할 수 있도록 댄스학원과 또는 장소가 있는 경우 강사와 직접 섭외한다.

어느 동호회나 마찬가지지만, 댄스동호회가 깨지는 것은 회계관계가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최소한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동호회도 있다. 부부가 회장, 회계를 맡는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회장과 회계를 분리해 회계의 투명성을 중요시해야 한다.

불량한 사람이 동호회에 들어오면 물을 흐린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는데, 은화로 만들던 돈을 은과 철 합금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100% 은화는 두고 40% 은화를 먼저 쓴다는 의미다. [사진 pxhere]

불량한 사람이 동호회에 들어오면 물을 흐린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는데, 은화로 만들던 돈을 은과 철 합금으로 만들면 사람들은 100% 은화는 두고 40% 은화를 먼저 쓴다는 의미다. [사진 pxhere]

그 외는 운영자급의 염문 스캔들, 독선적 운영, 정책 갈등 등으로 동호회가 깨지기도 한다. 회원 간의 피라미드식 영업 행위, 보험 가입을 목적으로 한 경우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먼저 들어온 사람들끼리의 텃세도 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연못 물을 흐린다’는 말이 있듯이 불량한 사람이 들어오면 물을 흐린다.

이 경우에 쓰는 말로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한다’는 말이 있다. 16세기 영국의 금융가 토머스 그레샴이 말한 것으로 은화로 만들던 돈을 같은 액면인데 40%만 은을 넣고 나머지는 보통 철 합금으로 만들었다면 사람들은 100% 은화는 집에 두고 40%짜리 은화를 먼저 쓴다는 의미다.

댄스 동호회에는 여러 사람이 모인다. 동호회라는 것이 취미가 같으면 같이 어울리는 모임이므로 별의별 사람이 모이기 마련이다. 운영자 측에서는 좋은 사람이 오기를 바라지만, 겉보기만으로 판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서류 심사를 하는 것도 그렇다.

어디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폭력적인 사람이 있으면 양순한 사람은 공포감을 느끼며 떠난다. 굳이 그 동호회가 아니더라도 다른 데 가면 되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 때문에 좋은 사람이 떠나는 것이다.

폭력적인 사람이야 눈에 보기에도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만, 악화는 반드시 폭력적인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말이 많은 사람, 강성인 사람, 자기 고집이 센 사람, 뒷담화 하는 사람, 너무 설치는 사람, 잘난 척이나 자랑을 일삼는 사람,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 등이다. 그런 사람과 같이 어울리다 보면 피곤해진다. 굳이 기분 상해가면서 같이 어울릴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떠난다. 그런데 본인은 자신이 악화인지 잘 모른다.

요즘은 정치적인 논쟁을 일삼는 사람도 악화다. 사람마다 정치 성향이 다른데 굳이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듣다 보면 피곤해지다 못해 다른 정치 성향을 가진 사람과 언쟁을 유발한다.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과 같이 어울리다 보면 피곤해진다. 굳이 기분 상해가면서 같이 어울릴 필요는 없다. [사진 pixabay]

남을 가르치려는 사람, 남들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과 같이 어울리다 보면 피곤해진다. 굳이 기분 상해가면서 같이 어울릴 필요는 없다. [사진 pixabay]

단체 카톡방을 도배하는 사람도 악화다. 혼자 너무 설치는 꼴을 보기 싫어 아예 카톡을 안 보거나 탈퇴하게 한다. 자신은 열심히 한다고 하는 짓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준다. 글이 밀리다 보니 정작 중요한 연락 사항을 못 보게 한다.

유난히 지적질 잘하는 사람도 악화다. 그런 사람이 나왔다고 하면 아예 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 보면 아예 그만두게 된다.

“누구 꼴 보기 싫어 안 나간다” 하면 누군지 눈에 보인다. 그러나 누구 때문이란 말도 없이 좋은 사람들이 떠나가면 악화만 남게 되는 것이다. 암적인 존재다. 이럴 때 악화를 내보내야 하는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서 나서기도 쉽지 않다. 모임의 대표인 회장의 몫이기는 하다.

댄스 칼럼니스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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