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장 안 돌아가고 재고는 쌓이고, 21년 만에 최악 경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소비는 일시적으로 끌어올렸지만 경제 전반에 걸친 충격을 덜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5월 산업생산은 다섯 달 연속 감소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1년4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통계청 ‘5월 산업활동 동향’ #산업생산 5개월 연속 내리막 #제조업 재고율도 외환위기 수준 #나아질거라던 정부 전망 어긋나

현재 경기 21년 4개월 만에 최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현재 경기 21년 4개월 만에 최악.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산업생산은 전달보다 1.2% 줄었다. 지난 1월 이후 줄곧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다만 월간 감소폭은 지난 4월(-2.8%)보다 다소 축소됐다. 산업별로 보면 지난 5월 광공업(-6.7%)과 건설업(-4.3%) 생산은 나란히 감소했다. 반면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서비스업 생산은 2.3% 증가했다.

전 산업 생산 5개월 연속 감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 산업 생산 5개월 연속 감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5월 소매판매는 4.6%(전월 대비) 늘었다. 지난 4월(5.3%)에 이어 두 달 연속 증가세였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통계동향심의관은 “생활방역으로의 전환과 재난지원금 지원 같은 정책 효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매장 종류별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인터넷 쇼핑몰을 포함한 무점포 소매판매는 18% 증가했다. 수퍼마켓·잡화점 판매(8.1%)도 증가세였다. 반면에 백화점(-7.8%)과 면세점(-49.8%) 등은 큰 폭으로 줄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 11년 4개월만에 최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제조업 평균가동률, 11년 4개월만에 최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잠시 살아나는 듯했던 골목상권 소비는 이달 들어선 다시 얼어붙고 있다. 재난지원금의 효과가 ‘반짝 특수’에 그칠 것이란 전문가들의 예상대로다. 전국 66만 소상공인 사업장의 결제 정보를 관리하는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셋째 주(6월 15~21일) 전국 소상공인 점포의 매출은 0.94를 기록했다. 1년 전에 100개를 팔았다면 지난달 셋째 주에는 94개밖에 못 팔았다는 얘기다.

경기 상황에 민감한 제조업 재고율은 지난 5월 128.6%까지 치솟았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 8월 이후 21년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63.6%로 11년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1월(75.3%)과 비교하면 11.7%포인트 감소했다.

전 산업 생산 5개월 연속 감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 산업 생산 5개월 연속 감소.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5월 96.5였다.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었던 1999년 1월과 같은 수준이다. 앞으로 경기 상황을 예고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5월 98.9로 지난해 8월과 같았다.

한국 경기순환국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국 경기순환국면.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정부는 지난달 12일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6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위축세가 완만해지고 고용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실물경제의 하방 위험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 상황은 정부가 전망했던 것과 어긋나게 가고 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30일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내수·서비스업과 수출·제조업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규모 개방 경제인 한국의 특성에 따라 수출의 부정적인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취약계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면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비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억눌렸던 소비가 일시적으로 회복했더라도 경기 회복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