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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마스크' 손님 퇴짜놓은 스벅 점원의 반전…미국이 달라졌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의 한 스타벅스 점원 레닌 구티에레스를 위한 후원 프로젝트가 23일(현지시간) 고펀드미(GoFundMe)에 올라왔다. 레닌의 사진은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스타벅스 손님 앰버 린 질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이다. [고펀드미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의 한 스타벅스 점원 레닌 구티에레스를 위한 후원 프로젝트가 23일(현지시간) 고펀드미(GoFundMe)에 올라왔다. 레닌의 사진은 그를 공개적으로 비난한 스타벅스 손님 앰버 린 질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이다. [고펀드미 캡처]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샌디에이고의 한 스타벅스 점원이 손님의 주문을 받는 걸 거부했다. 손님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화가 난 손님은 소셜미디어에서 점원을 공개 비난했다. 그러자 반전이 일어났다. 점원이 원칙대로 대응했다며 칭찬과 후원이 잇따른 것이다.

퇴짜 맞은 '노 마스크' 손님 불평에 #"점원, 원칙 지켰다" 응원 이어져 #공화당원도 79% "마스크 착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미국에서 마스크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극적으로 변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25일(현지시간) NBC샌디에이고 방송에 따르면 지난 23일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GoFundMe)에 스타벅스 점원 레닌 구티에레스를 위한 후원 프로젝트가 올라왔다. "레닌에게 팁을 줍시다"라는 제목의 이 후원 제안에 사흘 만에 2만7000달러(약 3241만원)가 모였다. 목표 후원금은 5만 달러(약 6000만원)인데, 현재 추세대로라면 조만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불평 글 올린 손님, 되려 비난 메시지 수천건 받아

후원 프로젝트는 레닌에게 응대 거부를 당한 손님 앰버 린 질(35)이 페이스북에 비난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 손님은 스타벅스 매장 위치와 레닌의 이름, 사진까지 공개하며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대를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음에는 경찰을 대동하고 건강증명서를 들고 매장으로 가야겠다"고 적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한 앰버 린 질이 자신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대를 거부한 점원 레닌 구티에레스의 사진을 올리며 공개 비난하고 있다. [앰버 린 질 페이스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스타벅스 매장을 방문한 앰버 린 질이 자신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응대를 거부한 점원 레닌 구티에레스의 사진을 올리며 공개 비난하고 있다. [앰버 린 질 페이스북]

하지만 앰버의 게시글은 역효과를 냈다.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당연한데 왜 점원을 비난하느냐는 반응이 줄을 이은 것. 레닌을 향한 응원과 후원도 이어졌다. 후원 프로젝트를 개설한 맷 코완은 "사나운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레닌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곤혹스러워진 건 앰버다. 그는 이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협박과 비난 메시지 수천건을 받았다"며 "나는 레닌을 위협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달라진 미국… "외출 시 마스크 쓴다" 89%

코로나19 확산 초기 미국인들의 마스크에 대한 거부감은 컸다. 마스크를 쓴 아시아계를 감염자 취급하거나 비난하는 사건도 잇따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일반인들에 마스크를 권하진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마스크 착용으로 방역 효과를 보고, 미국 내 감염 상황도 심각해지자 정책에 변화가 나타났다. 캘리포니아주 등 여러 주(州)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 앞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브루클린 뮤지엄 앞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규탄하는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인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ABC방송과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24~25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성인 응답자(579명)의 89%가 외출 시 마스크나 얼굴 가리개를 착용했다고 답했다. 지난 4월 10일 시행한 조사에서는 마스크 착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55%에 불과했다.

공화당원도 이제 마스크 착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개 석상에서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면서 마스크가 정치적 상징물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실제 공화당 지지자는 민주당 지지자에 비해 마스크 착용을 덜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도 마스크를 쓴다고 답한 비율이 눈에 띄게 늘었다. ABC와 입소스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공화당원의 79%는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의 경우는 99%가 마스크를 쓴다고 답했다.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공신력 있는 기관의 마스크 착용 권고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24일 워싱턴대 의과대학 보건계량분석연구소(IHME)는 미국인 95%가 마스크를 쓰면 사망자 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착용을 당부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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