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운명 가를 14인의 선택···수사심의위 결론 오늘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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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기소 타당성을 판단하는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26일 열린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영장실질심사, 시민위원회에 이어 3번째 맞대결을 치른다. 이 부회장 측은 구속영장 기각 및 수사심의위 소집 등 2번의 판정승을 거둔 바 있다. 이번 승부처에서는 전·현직 ‘특수통’ 검사들의 치열한 법리 다툼이 벌어질 전망이다.

수사심의위원장 직무대행부터 선정

대검 수사심의위원회는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오후 5시50분께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만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의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 등 과정에서 다소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대검은 지난 18일 250명의 수사심의위원 중 이 사건을 심의할 현안 위원 15명을 무작위로 선정했다. 이들은 법조계·학계·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들로 이뤄졌다. 최소 정족수인 10명이 참석하면 현안위가 열린다.

현안위는 본격적인 심의에 앞서 위원장인 양창수 전 대법관의 회피 안건을 논의한다. 양 전 대법관은 주요 피의자인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과의 친분을 이유로 지난 16일 위원장직을 수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현안위는 위원장 직무대행부터 선정할 예정이다. 당일 참석위원 중 과반수가 양 위원장 회피에 찬성하면 호선으로 직무대행을 뽑는다. 위원장 직무대행은 회의만 주재하고, 질문이나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논의 및 표결은 14명의 위원으로 진행된다.

지난 2018년 4월 1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하는 양창수 위원장. 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13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수사심의위원회에 참석하는 양창수 위원장. 연합뉴스

전·현직 특수통들, 법리 한판 대결

위원들은 먼저 검찰과 이 부회장측이 각각 낸 의견서를 검토한다. 부의(附議·논의에 부치다)심의위원회 단계에서의 의견서는 신청인당 30쪽 분량이었다. 수사심의위 단계에서는 검찰과 삼성(이 부회장, 김종중 옛 미전실 전략팀장, 삼성물산) 양측이 각각 50쪽가량의 의견서를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프레젠테이션(PT) 방식으로 양측의 의견진술 및 질의응답이 이어진다.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합병 승계 과정의 불법성 ▶이 부회장의 관여 여부 ▶범죄 성립 가능성 등을 두고 각자의 논리를 펼칠 예정이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의 이복현 부장검사를 필두로 그간 수사를 진행해온 검사들이 투입된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 출신 김기동·이동열 변호사가 이에 맞선다.

이 부장검사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그는 ‘재계 저승사자’로 불리며 기업 수사에 탁월한 실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기동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장, 부패범죄특별수사단장 등을 지냈다, 이동열 변호사는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장,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전·현직 특수통 검사들이 이 부회장 사건을 두고 위원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법리 대결을 벌이는 것이다.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지난 1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뉴스1

복잡한 쟁점…당일 오후 결론 가능성

이 부회장 등 사건은 영장실질심사 당시 법원에 제출된 수사기록만도 약 20만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이 복잡한 쟁점으로 점철돼 있지만,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제한된 시간 내에서 핵심 주장을 위원들에게 전해야 한다.

위원들은 의견진술 및 질의응답 과정이 끝나면 토론과 숙의를 거쳐 기소 타당성 등에 대한 결론을 내린다. 심의가 종료된 직후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전례에 비춰봤을 때 당일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위원 중 1명이 직무대행을 맡게 되면 표결 참여 인원은 14명이 된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7대7 동수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도 나온다. 이 경우 기소나 불기소 등 결론이 내려지지 않고, 심의위 절차는 종료된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규정에 따라 과반 의견이 성립되지 않으면 의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사심의위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이 있고, 강제성은 없다. 검찰은 앞서 열린 8차례 수사심의위에서 권고 내용을 따랐다. 다만 이번은 이 부회장 측이 수사심의위를 요청하고, 그에 대한 구속수사도 시도했던 만큼 불기소 권고가 나오더라도 이를 따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심의위 결과까지 감안해서 최종 처분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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