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병호 홈런 터졌다, 키움 웃음 터졌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시즌 초반 부진하던 키움 박병호는 2군에서 숨을 고른 뒤 타격감을 되찾았다. 13일 창원 NC전에서 2점 홈런을 터뜨리는 박병호. [연합뉴스]

시즌 초반 부진하던 키움 박병호는 2군에서 숨을 고른 뒤 타격감을 되찾았다. 13일 창원 NC전에서 2점 홈런을 터뜨리는 박병호. [연합뉴스]

‘국민 거포’ 박병호(34·키움 히어로즈)가 부활했다. 박병호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원정경기에서 홈런 2방을 쏘아 올리는 등 4타수 4안타·2타점·3득점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안타 기록이다. 2회에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이후 나가는 타석마다 안타를 쳤다. 3회와 6회에는 솔로포를 쏘아 올렸다. 시즌 9, 10호 홈런을 연달아 날린 박병호는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다.

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국민 거포’ #부진으로 2군 다녀온 뒤 반전 성공 #복귀 후 홈런 3방 비거리 130여m #손혁 감독 가슴치는 홈런 세리머니

박병호는 역시 박병호였다. 사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타격이 부진했다. 타율이 1할대까지 내려갔다. 손혁 키움 감독은 “그래도 우리 팀 4번 타자는 박병호”라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평소 타격이 잘 안 풀릴 때마다 생각이 많아지고, 슬럼프가 계속되곤 했다. 16일까지 삼진도 51개로 이 부문 1위였다.

손혁 감독은 고민 끝에 17일 박병호를 2군으로 내려보냈다. “허리와 손목 통증이 겹쳐서”라고 설명했지만, 그보다는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고 한숨 돌리길 바라는 뜻이 컸다. 2군에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다. 3일 만에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대신 손 감독은 박병호를 4번 대신 5번 타순에 배치했다.

부담을 덜었던 걸까. 박병호는 이후 3경기에서 타율 0.666(9타수 6안타), 3홈런 5타점으로 불방망이를 뽐냈다. 특유의 몰아치기로 타율은 2할대로 회복했고, 홈런 순위는 9위에서 5위로 수직으로 상승했다. 힘도 세졌다. 복귀 후 터뜨린 홈런 3개의 비거리는 모두 130m가 넘었다. 박병호는 “코칭스태프 배려로 쉬는 동안 스트레스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자신감과 여유가 생겼다. 오랜만에 중앙으로 가는 공을 쳐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병호의 활약을 기뻐한 건, 선수 본인보다 팀 후배들이었다. 이정후(22)는 박병호가 홈런을 치자 더그아웃에서 두 손을 들고 크게 포효했다. 이정후는 박병호가 부진할 때도 “선배님은 대단한 타자다. 정말 존경한다”고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김하성(25), 전병우(28), 김혜성(21) 등 다른 후배 표정도 환해졌다. 손혁 감독은 “박병호가 (2군에서) 돌아온 후에 더그아웃에서 후배를 밝게 이끌어주고 있다. 팀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다”고 칭찬했다.

타격감이 살아나 기분이 좋아진 박병호는 요즘 키움에서 유행하는 ‘가슴 세리머니’도 적극적으로 한다.

홈런을 치면 홈 플레이트를 밟은 뒤 더그아웃에 들어올 때, 손 감독 가슴을 치는 세리머니다. 손 감독이 팀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홈런타자는 내 가슴을 쳐라”라고 먼저 제안했다. 처음에는 조심스러워하며 쭈뼛댔던 선수들이 이제는 신나게 치고 있다.

박병호는 최근 3홈런을 날린 뒤 매번 손 감독 가슴을 쳤다. 손 감독은 박병호가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순간 두 팔을 쳐들어 가슴을 쫙 폈다. 한 번은 박병호가 너무 살살 가슴을 치자 오히려 손 감독이 박병호 등을 세게 내리쳤다. 손 감독은 그만큼 박병호 홈런이 반가웠던 거다. 박병호는 “홈런 치고 온 탄력으로 감독님 가슴을 치면 안 될 것 같았다. 너무 세게 칠 수 있어 조절했다”며 웃었다.

지난달 말 6위에 떨어졌던 키움은 다시 3위로 올라섰다. 거포 박병호까지 살아난 키움은 더욱더 무서운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