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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간 의료봉사 벽안의 노수녀 文카트리나

중앙일보

입력

"소외된 이웃들과 마음을 열고 진정한 친구가 될 때마다 제게 이런 기회를 주신 신(神) 께 감사드렸습니다. "

푸른 눈의 노(老) 수녀 文카트리나(67.본명 카트리나 매큐.사진) . 현재 강원도 속초시 파티마 양로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치매 노인 등을 돌보고 있다.

아일랜드 성 골롬반 선교수녀회 소속 선교사로 한국에 파견돼 온지 벌써 26년째. 그간 제주도.삼척 등지에서 결핵.암.나병.진폐증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 활동을 해왔다.

1980년대 초에는 경북 영주에서 노숙자를 위한 희망의 집과 장애아동을 위한 사랑의 집을 운영하는 등 소외된 이들의 '대모(代母) ' 로 활동했다.

"26년 전 저를 초청해주신 성 골롬반 선교수녀회 광주대교구장께서 '한국에서는 무엇보다 의료봉사가 절실하다' 고 말씀하시더군요. "

이런 이유로 한국 선교길에 떠나기 앞서 35세의 적지않은 나이에 아일랜드의 대학에 입학, 간호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마흔이 넘어 이국땅으로 건너와 적응하기란 수월치 않았다. 우선 말을 알아 듣기가 힘들었다.

그런 그를 수십년간 버티게 해준 것은 신앙의 힘과 한국민과의 신뢰였다. 그를 거쳐간 환자들은 소식을 꼬박꼬박 전해온다고 한다.

"9년 전 척추에 결핵을 앓아 거의 눕다시피 한 상태로 양로원에 실려온 환자가 있었어요. 그 누구도 그 분이 회생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2년 동안 정성을 다해 치료한 끝에 쾌유했지요. 지금요? 90이 다 됐는데 화투도 치고 잘 다니세요. "

동료인 김윤미(30) 수녀는 "주민들이 이 곳에 들어오면 자기 명(命) 보다 오래 산다고들 한다" 고 귀띔했다.

文수녀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5일 아산재단이 수여하는 제12회 사회복지공로상 본상을 받았다.

한살 위인 언니 文마리아 수녀도 62년 한국으로 와 선교활동을 펼치다 5년 전 귀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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