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가 제일 싫어하는 이시바…지지율 31% 진짜 대세론 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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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지지율이 죽을 쑤는 사이 아베 총리의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힘을 내고 있다.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총리와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2018년 9월 자민당 총재 경선에서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신조 총리와 경쟁자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함께 인사를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아사히 신문이 20~2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31%였다. 2012년말 재집권 이후 가장 낮았던 지난달의 29%보다는 조금 올랐지만, 여전히 위기상황이다.

아사히 신문 조사서 지지율 치솟아 #차기 총리 적합도 압도적 1위 달려 #'아베편 산케이'도 이시바 조명 시작 #아베가 미는 기시다는 4% 불과 #"고노 다로 방위상이 이시바 대항마"

내년 9월 임기가 끝나는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 선출 규정을 바꿔 4연임에 도전하는 것엔 반대가 69%, 찬성은 19%에 불과했다.

반대로 ‘포스트 아베’,즉 차기 총리를 노리는 이시바의 주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다음 자민당 총재로 누가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이시바는 31%를 기록했다. 지난 2월 조사 때의 25%보다 6%포인트나 올랐다.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15%), 고노 다로 방위상(9%), 아베 총리가 다음 총재로 밀고 있다는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4%),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3%), 모테기 도시미쓰 외상(1%) 등을 크게 따돌리고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시바는 아베 총리에겐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다. ‘아베 천하’가 이어진 최근 8년간 아베 총리에게 대놓고 반기를 든 이는 이시바가 사실상 유일했다.

이시바는 지난 2012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에게 석패했다. 일반 당원 선거에선 이겼지만, 국회의원 결선 투표에서 역전패를 당했다. 2018년 9월 총재선거에서도 아베와 1대1로 맞섰다가 졌다.

자민당 총재는 당원과 국회의원들이 선출한다. 국회의원의 표심, 파벌 간의 합종연횡이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다.

여시재가 2018년 개최한 '변화 속의 한반도와 나비 프로젝트'포럼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여시재가 2018년 개최한 '변화 속의 한반도와 나비 프로젝트'포럼에서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 기조발언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자민당 내 '이시바파' 소속의원은 고작 19명, 아베의 출신 파벌인 호소다파(97명)-아소파(56명)-다케시타파(54명)-니카이파(47명)-기시다파(46명) 에 비하면 미미한 존재감이다.

하지만 아사히 신문 조사 결과와 같은 고공행진이 계속 이어진다면 이시바가 대세론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자민당 의원들 입장에선 '대국민 인기가 높고 당의 간판으로 자신의 선거에 도움이 될 총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시바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베 내각을 지탱해왔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에게 공개적으로 손을 내민 데 이어 다른 파벌의 젊은 의원들에 대한 공략도 시작했다.

이시바의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언론들의 대접도 달라졌다. 일본 언론들 중 아베 정권과의 거리가 가장 가깝다는 산케이 신문은 23일 자에서 ‘포스트 아베의 여름’이란 기획을 시작했는데, 그 첫 번째 순서가 '이시바 편'이었다.

반면 기시다 정조회장을 후임으로 점찍었던 아베 총리는 머리가 복잡하게 됐다. 요미우리 신문은 23일 ‘좀처럼 뜨지 않는 기시다’를 분석한 기사에서 "아베 총리 주변에선 '이대로라면 총리도 생각을 바꿔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노 다로 방위상.[로이터=연합뉴스]

고노 다로 방위상.[로이터=연합뉴스]

일본 정가에서 이시바에 대적할 수 있는 대항마로 꼽히는 이는 고노 방위상이다. ‘고독한 늑대’로 불릴 정도로 독특한 캐릭터의 소유자이지만, 대중적인 인기가 꽤 높다. 고노가 속해있는 ‘아소파’의 경우 다른 파벌과의 관계가 두루 원만하다는 것도 고노에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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