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에 英 공들이는 화웨이···5G R&D센터 짓고 구애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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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로고. [중국 환구망 캡처]

화웨이 로고.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가 영국에 연구개발(R&D) 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화웨이의 5G 통신장비 채택을 꺼리고 있는 영국 정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화웨이가 이번주 영국 케임브리지시 인근 마을에 4억 파운드(5900억원) 규모의 연구개발(R&D) 센터를 짓기위한 허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해당 시설은 광대역통신에 사용될 칩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시설로 활용될 전망이다.

영국에서는 화웨이 장비 채택에 대한 논의가 아직 진행 중이다. 영국은 지난 1월 화웨이의 5G 통신망 사업 참여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고 영국 보수당이 여기에 화답하면서 영국 의회는 화웨이를 5G 사업에서 아예 배제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화웨이가 R&D센터 건립 추진에 나선 것은 영국 5G 장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런던 시내에 설치된 화웨이 5G 광고.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런던 시내에 설치된 화웨이 5G 광고.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이동통신사들은 화웨이 전면 배제 방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콧 페티 보다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통신사들이 기존 장비를 교체하는데 시간과 돈을 소비해야 한다면 영국의 5G 리더십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완전한 배제는 수십억 파운드에 달하는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보조를 맞춰 화웨이는 최근 영국 언론에 안보 위협 논란에 대해 해명하는 대규모 반박 광고를 내기도 했다.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유럽 국가들은 5G 통신장비 도입에서 화웨이를 선뜻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3G, 4G 통신장비부터 화웨이를 줄곧 사용해왔으며, 화웨이 장비가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5G 관련 기술 특허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독일 도이치텔레콤, 스웨덴 텔레2 등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결정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점유율은 화웨이 26.18%, 에릭슨 23.41%, 삼성전자 23.33%, 노키아 16.64%, ZTE 7.5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지난해 글로벌 5G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업계는 화웨이가 미국 제재로 유럽시장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캐나다와 일본 등 비유럽의 미국 우방 국가들이 화웨이를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을 발판으로 '5G 패권'을 지켜나간다는 계산이다. 현재 EU는 미국의 지속적인 압박에도 불구하고 5G 장비 도입은 개별 국가의 판단에 맡겨놓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럽 국가 대부분이 화웨이 장비 도입에 큰 반감이 없다"면서 "그나마 영국이 배제논의를 하고 있지만, 화웨이가 이마저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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