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건희가 달라졌다, 이 악물고 직구로 승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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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투수 홍건희. [연합뉴스]

두산 투수 홍건희. [연합뉴스]

새 팀에서 새롭게 시작한 투수 홍건희(28·두산 베어스)가 강해졌다. 굳은 의지를 다지고, 자신의 강점인 직구는 힘있게 뿌렸다.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두산전은 혼전이었다. LG 선발 차우찬과 두산 선발 이영하가 나란히 조기강판된 가운데 중반까지 15-8로 맞섰다. 두산이 앞서있긴 했지만 두 번째 투수 최원준이 흔들리면서 무사 만루 위기를 맞았다.

두산 벤치는 홍건희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한 2번' 김현수와 채은성, 그리고 홈런 1위 라모스로 이어지는 강타선을 상대하기 위해서였다. 홍건희는 빛나는 투구를 했다. 김현수를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더니 채은성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힘으로 압도해 비거리가 길지 않았고, 3루주자는 들어올 수 없었다. 라모스마저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점수를 내줬다면 LG의 추격도 가능했지만 흐름을 끊었다. 홍건희는 6회 2사까지 2와 3분의 2이닝 2피안타 4탈삼진 1실점(비자책)하고 구원승을 따냈다.

두산으로 이적한 뒤 보여준 최고의 피칭이었다. 홍건희는 "팀에 보탬이 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앞으로도 중간에서 잘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했다. 만루 상황에 대해선 "점수 차가 있으니까 빠르게 아웃 카운트를 잡으려고 했다. (강한 타자지만)의식하지 않고 내 공을 던지려고 했다"고 말했다.

19일 LG전에서 역투하는 홍건희.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뉴스1]

19일 LG전에서 역투하는 홍건희.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뉴스1]

2011년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홍건희는 지난 7일 내야수 류지혁과 맞트레이드됐다. 투수진이 무너진 두산과 3루수가 필요했던 KIA의 이해가 맞았다. 홍건희는 "그 전에 트레이드 기사가 나도 보질 않았다.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트레이드 직후 대다수 팬들은 '두산이 손해보는 트레이드'란 의견을 내비쳤다. 그런 반응은 홍건희가 더욱 힘을 낼 수 있게 만들었다. 홍건희는 "처음에는 정신이 없었다. 나중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걸 알았다. 내가 하기 나름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두산팬들도 좋게 봐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홍건희는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5경기 평균자책점 2.08를 기록하고 있다.

홍건희의 장점은 빠른 공 무브먼트다. 5회 위기에서도 직구로 LG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라모스도 높은 직구를 던진 뒤 슬라이더로 범타를 이끌어냈다. 두산 전력분석팀이 요구한 피칭도 그것이었다. 홍건희는 "빠른 공 움직임이 좋고, 잠실구장은 넓으니까 장점(통산 잠실구장 평균자책점 3.64)을 살려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올시즌 마운드가 무너지며 고전중인 두산에게 홍건희는 큰 힘이 될 수 있을까.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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