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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호준의 골프 인사이드] 전장 7000야드 넘보는 한국 여자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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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KLPGA 투어 최장타자 김아림은 남자 골프 전장이 7000야드를 넘긴 1937년 장타자 벤 호건보다 20야드 정도 멀리 친다. [사진 KLPGA]

KLPGA 투어 최장타자 김아림은 남자 골프 전장이 7000야드를 넘긴 1937년 장타자 벤 호건보다 20야드 정도 멀리 친다. [사진 KLPGA]

18일부터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장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2)에서 열리는 기아자동차 한국여자오픈의 전장은 6929야드다. 7000야드에서 71야드 빠진다.

6929야드 기아차 한국여자오픈 #사실상 여자골프 최장 거리 대회 #벤 호건 티샷 거리 240야드는 거뜬 #전장 길다는 건 최강국이라는 뜻

기록으로 보면 이번 대회가 여자골프 사상 가장 긴 전장의 대회는 아니다. 2011년 US여자오픈은 7026야드 코스에서 열렸다. 그러나 대회장인 미국 덴버의 더 브로드무어 골프장은 해발 고도가 1600m 정도다. 거리가 해수면 지역보다 10% 정도 더 나간다. 이를 고려하면 전장은 6300야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제외하면 LPGA 투어에서 가장 긴 코스 대회는 지난해 여자 PGA 챔피언십(헤이즐타인 골프장, 6807야드)이었다. 올해 한국여자오픈은 이보다 122야드 더 길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여자골프 사상 가장 긴 전장의 대회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여자오픈은 지난해에도 6869야드로 세팅했는데, 올해는 6900야드를 넘기면서 거리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골프 대회는 발표한 전장을 다 쓰지는 않는다. 코스 전장을 재는 기준은 일반적으로 그린 중앙과 티잉그라운드 끝까지 거리다. 경기에서는 티잉 그라운드의 중간 혹은 앞쪽도 쓰기 때문에, 실제 거리는 이보다 짧다. 주요 메이저 대회가 이 기준을 따르기 때문에 표준 거리로 볼 수 있다.

최초 골프대회였던 1860년 디 오픈 챔피언십 전장은 3799야드였다. 12홀 코스였기 때문에 홀 평균 거리는 317야드였다. 1937년 US오픈은 처음으로 전장 7000야드를 돌파했다(7037야드). 홀당 평균 전장은 391야드다.

남자 골퍼가 7000야드를 넘은 1937년과 비교하면, 요즘 여자 프로골퍼 샷 거리는 긴 편이다. 1937년 최고 선수였던 ‘장타자’ 벤 호건의 드라이브 샷 거리는 평균 240야드였다. 요즘 정상급 여자골퍼가 드라이버로 240야드를 치면 단타자 축에 속한다.

올해 한국여자오픈의 경우, 파 3홀 평균 거리는 190야드, 파 4홀은 402야드, 파 5홀은 538야드다. 최진하 KLPGA 투어 경기위원장은 “파 3홀은 190야드, 파 4홀은 400야드, 파 5홀은 550야드를 넘으면 거리만으로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올해 한국여자오픈은 파 3홀과 파 4홀이 이와 같거나 더 길다.

남자골프에서 가장 긴 전장의 대회는 2017년 에린힐스 골프장에서 열린 US오픈으로, 7741야드였다. 특히 1라운드는 8000야드에서 155야드 모자란 7845야드였다. 그런데도 정상급 프로골퍼는 장타를 앞세워 코스를 유린했다. 500야드가 넘는 파 4홀에서 웨지로 세컨드 샷을 하는 선수도 있었다. 우승 스코어는 16언더파. 너무 쉬웠다는 얘기도 나왔다.

미국 해설자인 브랜들 챔블리는 “첨단기술과 선수의 능력 향상으로 늘어난 거리를 생각하면, 현대 골프 코스는 전장 8000야드가 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0세기 중반의 선수 샷 거리 및 당시 전장과 비교하면, 지금은 9000야드가 적당하다고도 한다.

최근 여자 선수도 샷 거리가 부쩍 늘었다. 여자 대회 골프장 전장도 늘고 있어, 조만간 해수면 기준 7000야드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이 이를 주도하는 건 여자골프의 최강국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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