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작가 노조 “KBS ‘혹서기 편성’ 프리랜서 노동자에겐 생계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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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연합뉴스

방송작가들은 17일 KBS가 제작비 절감을 이유로 휴가철 정규방송 대신 재방송·특집 등을 편성을 예고한 것과 관련해 “방송 결방은 프리랜서 작가들에게 일시적인 실직을 의미한다”며 “생계를 위협하는 ‘혹서기 편성’을 재고하라”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적자 해소를 위해 KBS가 비상경영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시행하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혹서기 편성을 권고했다”며 “여러 프로그램이 줄줄이 결방됐고 해당 프로그램 작가들은 강제 실직 혹은 무급휴가에 돌입하게 되는 사태가 속출했다”고 말했다.

혹서기 편성이란 방송사가 제작비를 절감하기 위해 휴가철 정규방송을 결방하고 재방송이나 구매 다큐멘터리 등을 대체해 편성하는 것을 말한다.

노조는 “KBS가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1~2주 정도 정규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대체 편성하라는 공문을 전국 총국에 내려보냈다”며 “많게는 3주간 정규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규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돼도 급여에 큰 변동없는 방송사 정규직과 달리 중단기 결방은 방송작가와 같은 프리랜서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생계 위협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이미 생계의 위협을 받는 작가들에게 혹서기 결방 사태라는 고통이 또다시 밀려오고 있다”며 “특히 평상시 결방이 빈번한 무급 강제 휴가가 잦은 지역작가들에게 혹서기 제작중단 조치는 더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기는 언제나 사회의 가장 아래층에 있는 약자에게 쓰나미처럼 밀려온다”며 “공영방송 KBS는 왜 적자경영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비정규직과 프리랜서들에게 일방적인 고통을 강요하는 것이냐”고 말했다.

이어 “KBS는 방송작가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혹서기 편성 결방 조치 중단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상생하는 방향의 경영적자 타개책을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혜정 기자 jeong.hye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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