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발언' 송영길의 해명에…진중권 "낙관잃지 않는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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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교통사고가 났을 때 우리가 (사람이 안 다쳐) '불행 중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사고가 잘 났다는 뜻이 결코 아니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전날 '대포 발언'과 관련해 17일 "최악의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측면이 강했다"며 해명한 말이다. 송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더 심한 군사적 긴장 강화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고, 그것을 막겠다는 의지가 큰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송 의원은 "공식 언론 기자회견이 아닌데 이런 내용을 쓰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자신의 발언을 기사화한 언론에 불만을 내비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전날 북한이 개성공단 소재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소식이 전해진 뒤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예고한 대로 했다"며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북한 내부 문제의 '불만'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송 의원은 "4·27 판문점 선언 이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쌓인 것 같다"며 "특히 촉발된 게 대북 전단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문점 선언 이후로도 매년 10회씩 이런 행위가 반복됐는데 (한국 정부가) 이를 방치한 것에 대한 불만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이어 "2019년 2월 북미정상회담, 즉 하노이회담 실패 이후 지속해서 아무것도 진전이 되고 있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과 좌절이 컸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야당을 탓했다. 송 의원은 "20대 국회도 (대북)전단배포금지법안이 제출됐다"며 "국회 상임위원장(외통위원장)이 미래통합당 (소속) 위원장이고 법안심사소위원장도 야당이 맡고 있었기 때문에 전혀 심의가 안 되고 통과가 안 됐다"고 했다.

그는 또 "4·27 판문점 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문점 선언을 하고 종전 선언 촉구결의안을 하는 게 맞느냐'는 사회자 질문에 "같이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포기할 수 없는 문제고 한반도 평화협력문제는 지속해서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해야 가야 할 문제지 일희일비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북한 경제 상황에 대해선 "숨이 막힐 정도로 북한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며 "정제유 50만 배럴로 2400만명 북한 인구가 1년 동안 기름을 쓰라는 게 유엔(UN) 대북제재"라고 했다. 이어 "농산물 수출도 다 금지되어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해서 북·중간 어떤 밀무역이나 모든 것도 차단돼버린 상황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송 의원은 지난 15일엔 북한 경제를 미국 백인 경찰에 목 졸려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에 비유해 " '목이 막혀 죽겠다'고 한 게 지금 북한과 유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끝끝내 낙관을 잃지 않는 저 자세. 배워야 한다”고 꼬집었다. 진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 의원 발언을 실은 기사 링크를 올려놓고 “저 분은 아마 북한이 포를 쏘면 미사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할 것이고, 미사일을 쏘면 핵미사일이 아니어서 다행이라 할 것”이라며 “공직에 계신 분이 이 엄중한 시기에 불필요한 발언으로 쓸 데 없는 분란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이어 “똑같은 수준으로 내려가 강경대응을 할 필요는 없지만 추가도발은 대한민국 전체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거라는 뜻만큼은 분명히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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