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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인프라코어까지 판다…중공업 살리기 자구안에 포함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두산그룹이 핵심계열사인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나선다. 두산중공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돈이 되는 핵심자산을 내다팔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어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중공업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포함시켰다. 매각대상 자산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27%이다.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

두산인프라코어 굴삭기.

“돈 되려면 좋은 기업 팔아야”

건설기계와 엔진을 생산하는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8조1858억원으로 전년보다 5.9%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8404억원에 달했다.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대금은 6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중공업이 이 매각대금을 활용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51.05%를 매입하게 되는 방식이 유력하다. ‘㈜두산-두산중공업-두산밥캣’으로 그룹의 지배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두산그룹은 캐시카우인 두산인프라코어를 파는 대신 또다른 알짜 계열사인 두산밥캣은 그룹에 남길 수 있다. 두산밥캣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106억원(개별 기준)으로 전년(41억원)보다 크게 늘어나는 등 안정적인 실적을 올리고 있다.

두산그룹은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긴급 자금을 지원 받는 대신 유상증자, 자산매각 등을 통해 3조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 보낸 메시지에서 “두산중공업이 3조원 이상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연내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자본확충을 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산 측은 그동안 두산솔루스, 모트롤BG, 두산타워, 골프장 같은 덜 중요한 자산 위주로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두산이 제시한 가격과 시장의 눈높이가 달라 매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기차용 배터리 동박을 생산하는 두산솔루스는 공개적으로 인수 후보군을 모집했지만 주요 대기업이 불참했다. 모트롤BG도 예비입찰을 진행했으나 흥행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에서도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는 3조원을 마련하기가 어렵다는 회의론이 일었다.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서울 중구 두산타워. 연합뉴스

두산그룹 자구안에 정통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산중공업 살리기가 장난처럼 할 일이 아니지 않느냐”며 “돈이 들어오려면 나쁜 기업만 팔아서는 안 되고 좋은 기업도 팔아야 한다”고 채권단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두산그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 (매각 자산을) 가릴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필요해서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는 자구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권단의 요구가 있긴 했지만 두산그룹 입장에서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두산그룹은 그동안 줄곧 “매각 가능한 모든 자산을 팔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매각 추진과 관련해선 이날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만 내놨다.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이 본격화되면 국내외 다수의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중국판 뉴딜정책’에 힘입어 중국에서 굴삭기 판매가 급증하는 등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코로나19의 피해를 보기는커녕 수혜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시가총액은 15일 기준 1조1990억원에 달한다. 지분 36.27%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치면 6000억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주간사로는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애란·정용환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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