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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8000마리 잡았다” 오징어 컴백에 미소 번지는 동해안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7월 27일 강원 고성군 봉포해수욕장에서 열린 봉포해변 오징어·조개잡이 체험행사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직접 잡은 오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지난해 7월 27일 강원 고성군 봉포해수욕장에서 열린 봉포해변 오징어·조개잡이 체험행사에 참가한 관광객들이 직접 잡은 오징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뉴스1

“6월 들어 오징어가 옛날처럼 많이 잡혀 일할 맛 납니다. 오늘 둘이서 잡은 오징어만 8000마리가 넘어요.”

지난달 19일부터 현재까지 오징어 943t 잡혀 #지난해 같은 기간 212t 비교해 4배 이상 증가 #2만원하던 오징어 물회 1만5000원에 팔아

 강원도 속초에서 오징어잡이를 하는 한 어민이 한 말이다. 12일 강원도환동해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11일까지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는 943t이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2t과 비교하면 4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어민들은 오징어 금어기가 풀린 뒤 지난달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조업을 시작했다. 현재 강릉·동해·삼척·속초·고성·양양 등 동해안 6개 시·군에서 하루 평균 189척(연안자망 118척, 채낚기 42척, 정치망 29척)의 오징어잡이 배가 활동 중이다.

 개체 수 감소로 ‘금(金)징어’라 불리는 동해안 오징어의 어획량이 크게 늘자 지난해 6월 20마리 한 두름에 최대 9만원 하던 오징어 가격은 최근 평균 2만4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속초수협에서 위판된 오징어 경우 1만7000원~2만4000원에 팔렸다.

지난해 20마리 한 두름에 최대 9만원 

2018년 7월 강원 속초시 장사항에서 열린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에 참가한 피서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물속에 풀어놓은 오징어를 잡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8년 7월 강원 속초시 장사항에서 열린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에 참가한 피서객들이 바다에 뛰어들어 물속에 풀어놓은 오징어를 잡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40년 넘게 속초에서 어업을 해 온 라승국(58)씨는 “이달 들어 오후 2시에 조업을 나간 뒤 둘이서 하루 10~12시간 일하면 오징어 4000~8000마리 정도가 잡힌다”며 “국민 생선 오징어가 오랜만에 많이 잡히니 어민도, 상인도, 소비자도 모두가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징어는 주로 10~2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잡힌다”며 “연안이다 보니 주로 자망으로 어업을 하는 배들이 많이 잡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오징어 어획이 늘어난 것은 동한난류의 영향으로 강원도 연안에 오징어 서식 적정 수온인 17~18도가 유지되면서 동해시 연안 북쪽으로 어장이 폭넓게 형성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환동해본부 관계자는 “현재 꾸준히 조업 실적이 나고 있으며 앞으로 북상하는 어군이 있으면 조업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름철을 맞아 오징어가 많이 잡히자 물회로 유명한 동해안 음식점들도 반기는 분위기다. 이 시기 오징어가 잡히지 않아 서해안과 경북 동해안에서 잡힌 오징어를 비싼 가격에 사 왔기 때문이다.

오징어 없어 서해안에서 사와 팔기도

2018년 7월 강원 속초 장사항에서 열린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에 참가한 피서객들이 행사장에 풀어놓은 오징어를 잡으려고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7월 강원 속초 장사항에서 열린 오징어 맨손 잡기 축제에 참가한 피서객들이 행사장에 풀어놓은 오징어를 잡으려고 바다로 뛰어들고 있다. 연합뉴스

 물회로 유명한 일부 식당은 오징어 물회 가격을 2만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내렸다. 강릉에서 14년째 물회 식당을 운영해 온 우명옥(65·여)씨는 “요즘 활어 기준 오징어 한 두름에 3만~4만원에 들어온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오징어가 좀 작긴 한데 가격은 절반 수준이라 5월 말부터 오징어 물회 가격을 1만5000원으로 내렸다”고 말했다.

 한편 과거 동해안에서는 오징어가 한해 수만 t이 잡혔었다. 1970년대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은 한해 4만3000t에 달했다. 하지만 북한 해역에서 조업하는 중국 어선의 남획 등으로 2016년 7019t, 2017년 4394t, 2018년 3551t, 지난해 4294t까지 감소했다.

 이런 이유로 20년 넘게 이어온 강릉 주문진 오징어 축제는 2018년에 오징어가 없어 ‘맨손 잡기 프로그램’에 방어와 광어 등 물고기로 대체했다. 또 2017년에는 동해안 오징어 가공업체가 오징어를 구하지 못해 휴업 하기도  했다.

속초=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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