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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비말 차단 마스크…“덴탈과 같은 성능” vs “효과 의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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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호 14면

KF-AD 마스크 성능 논란

‘품절’. 때이른 더위에 숨 쉬기 편한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KF-AD)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판매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앱)에서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지난 5일부터 온라인으로 판매된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대부분 판매 개시 10여 분 안에 품절됐다. ‘웰킵스언택트마스크’ ‘네퓨어비말에스마스크’ 등의 공급량이 12일까지 150만개가량에 그쳐서다. 조달청이 구매해 약국·농협하나로마트·우체국 등에서 파는 공적마스크(KF94·KF80) 일주일치 물량(4500만개)의 3% 수준에 불과하다 보니 지난 3월 때처럼 마스크 대란 조짐도 일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 사는 강유진(28)씨는 “날이 더워도 마스크를 써야 해서 비말 차단용 제품을 사려고 했지만 도저히 살 수가 없다”면서 “판매가 시작되는 오전 9시 전부터 사이트가 느려지고 곧 품절 메시지가 뜬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식약처, 3월엔 KF80 이상 사용 권고 #이달부터 KF-AD 의약외품에 포함 #“고령자·기저질환자도 쓸 수 있다” #때이른 무더위에 KF-AD 수요 급증 #“미세입자 포집 효율 55%에 그쳐 #버스 등 대중교통 이용할 때 위험”

이러다 보니 중고거래 사이트에선 비말 차단용 마스크가 정가(1장당 500원)의 세 배 수준에 팔리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수요는 늘었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 마스크 사재기와 되팔기 현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지난 3월 마스크 대란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 게 큰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이런 지적에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 대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김상봉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바이오생약국장은 “비말 차단 마스크 제조 허가 업체를 늘리고 있다”면서 “6월 말까지 하루 100만개 이상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하루에 500만~600만개 팔리는 공적마스크 수요를 감안할 때 이 정도 물량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마스크 제조 업체 입장에서는 비말 차단용 마스크 생산을 무작정 늘리기도 어렵다. 마스크 제조 업체 관계자는 “다른 업체의 공급 물량이 쏟아질 수 있는 데다, 여름이 지나면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동향을 살피는 중”이라고 말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공급도 문제지만 성능도 헷갈리는 대목이다. 식약처는 지난 6월 1일 ‘마스크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 시행 방침에서 가볍고 통기성이 있는 ‘비말(침방울) 차단용 마스크’를 의약외품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의약외품 마스크는 약사법에 따라 식약처의 심사·허가를 받은 마스크를 말한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출시 전에는 보건용 마스크와 수술용 마스크(덴탈 마스크)로 나눴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KF 기준 미세입자 포집효율 55~70%인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수술용 마스크와 유사한 성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김상봉 국장도 “어린이나 고령자, 기저질환자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식약처가 지난 3월 3일 낸 ‘마스크 사용 권고사항 개정’ 내용과 어긋난다. 식약처는 당시 어린이나 노약자, 기저질환자가 사용할 때나 대중교통 이용과 같은 일상생활 때 0.6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미세입자 포집효율이 80%를 넘는 KF80 이상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다. 식약처는 지난 2월에 KF94 제품 착용을 권장했다가 3월에 KF80이나 면 마스크로 권고 범위를 넓혔다. 염호기 인제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보건용 마스크가 0.1㎛ 정도인 바이러스를 차단할 수는 없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포함된 5㎛ 크기의 비말은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용 마스크(덴탈 마스크)는 보건용 마스크와 구조는 같지만, 방수 기능을 강화한 제품이다. 입자 차단 능력에 더해 수분을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는지를 따지는 액체저항성 시험을 거친다. 의료진이 무균 상태의 수술대 위로 비말이 튀는 걸 막기 위해 사용하는 마스크이기 때문이다. KF 기준으로는 약 70~80% 정도 미세입자를 막을 수 있다. 현재 수술용 마스크는 의료현장에 납품하기 때문에 시중에서는 팔지 않는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는 수술용 마스크의 대안이다. 성능이 떨어지는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가 덴탈형 마스크로 유통되자 식약처가 대응에 나선 것이다.

다만 의학계에선 비말 차단용 마스크로 수요가 몰리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비말 차단용 마스크 성능에 대한 과대 평가 우려에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더워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일회용 부직포 마스크를 쓰는 사람을 위해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의약외품에 포함한 것은 나쁘지 않다”면서도 “비말 차단 성능은 기존 의약외품 마스크 대비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비말 차단용 제품은 통기성을 높이기 위해 두 겹의 부직포로 만든다. 필터와 방수 기능이 모두 포함된 부직포를 겉감으로 쓰고, 일반 부직포를 안감으로 쓰는 방식이다. 다만 때에 따라 입자 차단 능력이 KF 기준 55% 정도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우주 교수는 “KF 기준 미세입자 포집효율 55%의 성능을 내는 마스크라면 대중교통 등을 이용할 때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비말 차단용 마스크를 쓰면 안전하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곤란하다”면서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나 확진자와 접촉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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