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리쇼어링 1호, 100억 지원금 못 받는 ‘빈손 유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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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오는 7월 완공하면 시험 생산을 거쳐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간다. 김영주 기자

현대모비스가 울산 북구 이화산업단지에 15만㎡ 규모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 부품공장 건설 현장 모습. 오는 7월 완공하면 시험 생산을 거쳐 내년 초 양산에 들어간다. 김영주 기자

현대모비스는 2013년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에 관한 법률’(유턴기업 지원법) 제정 이후 처음 ‘유턴기업’으로 인정받은 대기업이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공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해외 생산 시설을 국내로 들여오는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이 유턴기업으로 지정되면 최대 100억원의 국고 보조금을 비롯해 법인세 감면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대모비스 공장, 보조금심사 탈락 #‘상시 직접고용 20명’ 인정 못 받아 #법인세 감면은 법 개정 기다려야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심사에서 탈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고시에 명시된 ‘투자사업장의 상시 고용인원이 20명 이상’ 요건을 못 채워서다. 고용인원 400명, 연관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1000명 가까운 고용 효과가 있지만, ‘상시 직접 고용’ 규정을 맞추지 못한 것이다.

현대모비스의 생산공장은 모두 전문 생산업체에 위탁해 운영한다. 현대모비스 직원은 연구개발, 영업 등만 맡고 생산과 관련한 모든 업무는 전문업체가 맡는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울산 현대모비스 직원 가운데 지원을 위해 전환배치되는 인력이 20명이 넘지만, 산업부 심사에서 이를 신규 상시고용으로 보기 어렵다는 유권해석을 받았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안타깝지만,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자체 세제 혜택이나 법인세 감면 같은 다른 혜택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모비스가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현대모비스는 울산 전기차 부품 공장을 지으면서 해외 사업장 생산량을 40%가량 줄였다. 정부는 지난 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에서 유턴 기업의 법인세 감면을 위해 만족해야 하는 ‘해외 사업장 생산량 50% 이상 감축’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법이 개정되는 상황을 봐야 감면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울산시는 일단 이 공장에 전기세 감면 등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모비스 공장이 해외 생산시설을 폐쇄하고 돌아온 게 아님에도 정부가 유턴 기업으로 지정해 줘서 다른 규정도 유연하게 적용될 것을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턴 기업 지원법 제정 이후 중소기업들이 보조금을 부당 수령하거나 실제 고용을 하지 않는 등의 부작용 때문에 ‘상시고용 20인’ 기준을 마련한 것은 이해가 간다”면서도 “고용 유발 등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법규를 유연하게 해석해야 유턴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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