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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군대 투입해 폭동 진압하자" 칼럼 논란...기자들 공개항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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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 기자 및 직원들이 ‘군대를 동원해 폭동을 진압하라’는 내용의 외부 칼럼(op-ed)이 게재되자 공개 항의에 나섰다.

NTY는 3일(현지시간)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의 논평을 실었다. 코튼 의원은 “‘폭도’들이 도시를 무정부 상태로 만들고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폭동진압법(Insurrection Act)’를 발동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공공질서와 치안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초적인 책임”이라며 “보통은 지역 사법당국이 공공질서를 유지할 수 있지만, 도시가 불타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 강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발은 NYT 내부에서부터 나왔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니콜 한나-존스 기자를 비롯한 NYT 직원들은 트위터에 “이 칼럼을 게재하는 건 NYT 흑인 직원들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인종 문제를 취재하는 아이다 배 웰즈 NYT 기자는 “흑인 여성으로서, 언론인으로서, 그리고 미국 시민으로서 NYT가 이런 칼럼을 내보냈다는 것이 몹시 부끄럽다”고 적었다.

에이미 킨 NYT 중국 특파원도 “천안문 사태 31주기인 4일(중국 현지시간)에 이런 칼럼을 보게 되다니 아연실색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1989년 당시 중국 정부는 군대를 투입해 학생 등을 주축으로 일어난 반정부시위를 진압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논란이 이어지자 제임스 베넷 사설 편집자는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코튼 상원의원의 주장을 위험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그래서 우리는 이 주장에 대한 공적인 토론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칼럼 면에서 우리는 독자들에게 다른 의견을, 특히 정책을 수립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의견을 보여줄 의무가 있다”고 했다.

뉴욕 언론인노조 ‘뉴스길드 오브 뉴욕’은 이날 성명을 내고 “코튼의 글은 증오를 조장하고 요즘과 같은 혼란스러운 시기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했다”며 “미디어 조직은 권력의 책임을 추궁해야지, 이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강화해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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