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상 완주해 세계 놀라게 할 신약 만들어 내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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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가 경기도 성남 서판교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가 경기도 성남 서판교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국내에서는 언제쯤 글로벌 제약사가 나올 수 있을까. 한국에서 가장 큰 제약사라 해야 연 매출 1조원 남짓에 불과해, 국내 모든 제약사의 신약 연구개발비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자하는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한다는 건 애초부터 무리가 아닐까.

[인터뷰] 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

중앙일보가 지난달 28일 신약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오제약 중소기업 한 곳을 찾아 어려움을 들었다. 경기도 성남 서판교에 있는 코스닥 상장사 젬백스앤카엘이다. 한양대 의대 1년 선후배 사이인 김상재 회장과 송형곤 대표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 ‘GV1001’이 이 회사의 희망이다. 노르웨이의 바이오벤처가 처음 개발한 이 물질은 국제학술지 캔서리서치에 게재돼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후 영국에서 항암제로 임상 3상까지 진행된 상태였으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때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헐값에 매물로 나왔다. 젬백스앤카엘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인수했다.국내 제약사들이 개발한 기술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넘기는 ‘라이센스 아웃’을 할 때, 젬백스는 거꾸로 사들이는 방법을 쓴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방법이다.

송형곤 젬백스앤카엘 대표는 “당시 현지 언론에서는 젬백스를 매각하는 것은 북해의 유전을 내주는 것보다 더 심한 짓이라는 성토가 나올 정도였다”며 “GV1001은 알츠하이머병와 전립선비대증ㆍ 췌장암 등 세 가지 질환에 대한 치료제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선 알츠하이머병은 국내에서 2상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현재 3상 임상시험을 준비 중이다. 미국에서도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2상 임상시험의 허가를 받은 상태다. 다만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인해 현재는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전립선비대증은 국내 3상 진행 중인데 모집 예정 환자 417명 중 현재 190명이 등록되었다. 췌장암 3상은 임상시험 종료되어 현재는 통계 처리 등 후반 작업 중인데 내년 상반기에는 정식 허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송 대표는 “이 세 가지 적응증 중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가 가장 임팩트가 크고 회사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젬백스앤카엘이 갈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약 없는 임상시험에 계속 투자하다 보니 회사의 또 다른 사업부문인 반도체필터 제조에서 벌어들이는 400여억 원 규모의 연 매출을 신약개발에 온전히 쏟아붓는 형국이다. 노르웨이 기업이 하지 못한 것을 한국의 중소기업이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송 대표는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해 준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끝까지 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며 “개인적으로도 젬백스의 이름으로 세계를 놀라게 할 신약을 만들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신약개발에 도전하는 한국 바이오벤처에겐 돈 외에도 말 못할 어려움이 많다. 송 대표는 크게 두 가지 바람을 이야기했다. 우선 바이오 관련주를 단기간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생각하는 주식시장의 인식 개선이다. 그는 “신약개발은 10년 이상의 꾸준한 연구개발 기간이 필요한 인고의 작업"이라며 "투기자본 때문에 주가가 흔들릴 때마다 회사로 유·무언의 압박이 쏟아져 연구개발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둘째는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바이오벤처 회사에는 그 험난한 과정을 도와줄 도우미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송 대표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인허가 기관이기도 하지만 회사에는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며 “인력이나 예산에서 어려운 점이 많은 것을 잘 알지만 전임상 단계의 소규모 회사들이 편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식약처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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